기묘한 커머스 이야기
흑자 전환한 쿠팡의 영업 이익률은 어디까지 좋아질지 예측해보았습니다
드디어 쿠팡이 해냈습니다. 로켓 배송 서비스 시작 후 8년 만에 분기 기준이긴 하지만 첫 흑자를 기록한 겁니다. 이러한 쿠팡의 손익 분기점 돌파는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이커머스 플랫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숫자로 보여주며, 그간의 기록적인 적자 행보가 정말 ‘계획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였고요. 동시에 물류 기반의 비즈니스는 수익화가 불가능할 거라는 시장의 불신도 깨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쿠팡의 성과는 특히나 반가웠는데요. 올해 초부터 저는 꾸준히 여러 글을 통해 쿠팡 위기설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왔고, 여러 근거로 올해부터는 손익이 크게 개선될 거라고 예측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렇기에 쿠팡이 어떻게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는지에 한번 더 다루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쿠팡이 과연 단기간 내 어디까지 영업 이익률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의 근거로 추정해보면서, 쿠팡 손익과 관련된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쿠팡의 흑자 전환 과정과 비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아래 1,2편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쿠팡이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 다룬 아티클입니다.
[2] 쿠팡의 손익 개선 속도가 점차 빨라지게 만든 비결에 대해 다룬 아티클입니다.
쿠팡 손익 개선 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만든 5가지 요인
(오늘 콘텐츠를 만들 때 재무선배님이 큰 도움을 주셨는데요. 아래 글도 같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2022년 3월 쿠팡은 21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쿠팡이 또다시 역대급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주주들의 기대감과 상반된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쿠팡이 늘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온 것만 기억하지만, 사실 2018년 정점을 찍은 후부터 손익은 조금씩 개선되던 중이었습니다. 일단 18년에 1조 원을 넘기던 적자는, 이듬해 7천억 원대로 줄어들더니, 20년에는 5천억 원 대까지 감소하였고요. 영업 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26%에서 -10%, -4%까지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IPO를 끝냈던 2021년, 쿠팡의 영업 이익률은 -5%로 다시 악화되었고, 적자 규모도 1조 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시장의 우려감은 커집니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쿠팡 위기론이 다시 등장한 것도 이 시점부터고요. 그런데 당시 쿠팡은 여전히 자신감에 차있었습니다. 상세한 근거나 논리도 없이, 조정 EBITDA 기준으로 7~10%라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였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불과 8개월 후 쿠팡은 반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실적은 당시 쿠팡이 제시한 가이던스에 상당히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쿠팡은 장기적으로 매출 총이익률이 27~32%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걸로 스스로 예측하였는데, 실제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p 상승하며 24.2%까지 숫자가 개선된 겁니다.
사실 이번 쿠팡의 이번 흑자 전환은, 손익 분기점을 돌파했다는 것 그 자체도 대단했지만, 시점과 속도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쿠팡 내부 경영진들조차 올해 내 커머스 부문의 분기 조정 EBITDA 기준의 흑자 전환이 목표였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빠른 개선을 불러온 요인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현시점에서 쿠팡의 매출 총이익률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는 크게 3가지 정도입니다. 수수료 매출 비중, 직매입 마진율, 배송 원가율이 바로 그것인데요. 일단 여기서 수수료 매출 비중 자체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상품 매출을 제외한 기타 매출의 비중은 분명 증가하곤 있으나 그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작년에 기타 매출 비중이 올라가면서 개선된 매출 총이익률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대략 0.6%p 정도 개선시킨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전체의 7% 정도 기여한 셈이니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면 배송 원가율은 어떨까요? 올해 들어 크게 쿠팡은 2가지 측면으로 배송 원가율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FLC(풀필먼트 센터)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었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방역 이슈로 인해, 센터의 정상 운영이 불가능했고, 신규로 확장한 지점들이 최적화될 때까지 일정 부분 시간도 필요해서 FLC 가동률이 상당히 좋지 못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방역 정책이 완화되고, 사전에 투자했던 물류 인프라의 운영 효율이 올라오면서 적어도 2020년 수준까지는 개선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주문당 택배 운반비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이 또한 2020년 이후, 로켓 배송 및 로켓 프레시의 전국 확장과 더불어 효율이 안 좋아졌지만,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최적화되어가는 중입니다. 이를 강력하게 증명하는 것이 지난 5월 알려진 한진 택배와의 결별 소식이었고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올해 단위당 배송 원가는 적어도 2020년 수준, 그리고 조금 더 급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면 2019년 수준까지 개선되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배송 원가율을 역산해보면 작년 대비해서 대략 3.0~3.8%p 정도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앞서 말씀드린 매출 총이익률 개선 분의 절반 정도는 배송 원가율 덕이라고 해석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직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부분은 당연히 마지막 남은 요소, 직매입 마진율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대형 제조사들마저 공급가를 낮춘다는 것이 기사화될 정도로 시장은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됨에 따라, 협상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건데요. 당연히 중소 브랜드들은 더욱더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걸러 들어야겠지만, 실제로 업계 내에서는 쿠팡이 타이트하게 수수료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손익 개선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쿠팡의 매출 총이익률은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우선 단기간(2~3년) 내에는 배송 원가율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긴 어려울 거라 봅니다. 그동안 쿠팡이 힘을 쏟던 건 배송 물량을 택배사 수준만큼 늘려서, 운반비를 줄이는 거였습니다. 이러한 목표는 올해 들어서 거의 달성한 상황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고요. 운반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는 2019년 기준의 배송 원가율 이상으로 숫자를 좋게 만들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물류 센터 운영 효율화를 통해 추가적인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긴 한데요. 이를 위해선, 피킹과 패킹 효율 개선을 해야 하고, 물류 센터 자동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 내에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과제는 아니고요.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 일이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직매입 마진율은 어떨까요? 저는 마진율 역시 현재 어느 정도 쥐어 짜내고 있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기타 매출을 제외한 상품 매출 만을 기준으로 볼 때 쿠팡의 매출 원가율은 20년 76.0%, 21년 75.4%였는데요. 이번에 흑자 전환하면서 대략 3% 내외 개선되었으니 현재는 72% 수준이라 추정 가능합니다.
쿠팡과 가장 유사한 특성을 지닌 기업을 꼽자면 역시나 이마트인데요. 이마트는 직매입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뿐더러 취급하는 카테고리도 식료품과 공산품 중심으로 유사합니다. 더욱이 유통 업계 내 입지 또한 쿠팡처럼 지배적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하지만 그 이마트조차 매출 원가율은 73% 내외에 불과했습니다. 조금 더 저가를 지향하는 트레이더스나 이마트몰은 이보다 더 높은 원가율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요. 따라서 쿠팡 역시 공급가를 낮춰 마진을 높이는 방식으론 곧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봐도 제조사를 너무 압박하여 관계가 너무 틀어지는 것 또한 도움이 될 리 없고요.
그렇다고 쿠팡의 장기 목표, 매출 총이익률 27~32%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올해 실적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지만, 때문에 오히려 잠재력이 큰 수수료 매출 비중이라는 레버리지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쿠팡의 기타 매출 비중은 11% 정도입니다. 하지만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은 셀러들이 입점해서 파는 형태인 FBA의 매출 비중이 커머스 부문 내에서 35% 정도에 달합니다. 올해 들어서 쿠팡이 제트 배송을 다시 로켓 그로스로 리뉴얼한 후 열심히 푸시 중에 있는데요. 이러한 수수료 기반의 커머스 매출이 대략 20% 수준까지만 올라와도, 30% 이상의 매출 총이익률 충분히 달성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영업 이익률은 대략 10% 언저리까지 나올 텐데요. 아마 신사업의 도움 없이 쿠팡이 도달 가능할 최대 수익성이 이 정도 되지 않을까, 저는 조심스럽게 추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쿠팡은 10% 정도의 영업 이익률에 만족할까요? 당연히 아닐 겁니다. 쿠팡은 스스로를 리테일 기업이라기보다는 테크 기업이라 여기고요. 그렇다면 더 빠른 성장을 추구할 거기 때문입니다. 특히 매출 증가율과 영업 이익률의 합이 40%를 넘겨야 한다는 ’40의 법칙’에 최대한 가까운 실적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침투율을 고려할 때 앞으로 성장은 점차 둔화될 거기에, 당분간은 수익성에 더욱 집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아직은 30%대의 매출 성장률을 어렵게 지키고 있지만요. 아마 내년부터는 20% 미만으로 떨어질 테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기댈 것은 역시나 광고 사업입니다. 아무래도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에는 광고 사업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미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7%가량을 광고로 만들고 있고, AWS와 오프라인 리테일을 제외한 매출 기준으로는 비중이 무려 9%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도 커머스 내 광고로 수익 모델을 만든 곳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쿠팡의 최대 경쟁자 네이버로, 전체 거래액 대비 2.6%가량이 광고 매출로 잡힐 정도입니다.
더욱이 광고 매출은 그 특성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기에, 일반적으로 매출의 대부분이 이익으로 잡히곤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쿠팡 역시 현재 매출액의 5% 정도는 추가적인 광고 수입으로 만들 수 있을 걸로 보이고, 이렇게 된다면 영업이익률 역시 15% 내외까지는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나 돈을 잘 버는 쿠팡을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쿠팡은 더 어려운 길이라도,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을 추구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기업 가치를 계속 키워 나가려면 적어도 수익성과 성장성 둘 중 하나는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리테일이라는 업의 특성상 영업 이익률을 10% 중반대 이상 가져간다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더욱이 국내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요.
결국 그렇기에 쿠팡의 지상 과제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둔화가 더 심화되기 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겁니다. 쿠팡이츠를 통한 배달 앱 시장 진출, 로켓 배송을 가지고 시도 중인 대만 시장으로의 확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인데요. 손익 개선과 달리 이러한 신사업들의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지양하고 있는 현재의 사업 기조 영향이 크고요.
따라서 쿠팡은 어느 순간이 되면, 수익성 개선을 포기하고 다시 ‘계획된 적자’ 모드로 전환하려 할 겁니다. 미래 먹거리 없이는 쿠팡의 내일도 불투명하니까요. 다만 그러려면 당연히 일단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흑자 전환까지 이뤄내면서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이고요. 여기에 더해 마지막 퍼즐로 주가만 일정 수준까지 다시 회복한다면 더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사실 지금처럼 쿠팡이 타이트하게 손익을 관리하며 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하려고 했던 것 역시 주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의 성적표가 연일 좋지 않고, 이로 인한 실적 압박이 쿠팡의 경영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팡이 어느 정도 주가를 올리고,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상황 개선에 일정 부분 힘을 보탠다면, 당연히 지속적으로 압박하지 못할 거고요. 그때야 비로소 쿠팡의 고삐가 풀리지 않을까 싶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