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인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방송에서 모 스포츠 스타가 감독을 그만두며 창업을 고민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솔깃, 저것도 솔깃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팔랑귀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귀가 얇아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남의 말에 솔깃해 쉽게 휘둘리는 사람을 보고 ‘팔랑귀’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모든 일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하죠. 이로 인해 본인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 특히 가족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이와 같은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이면 어떻게 될까요? 사장들 중에도 팔랑귀에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죠.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없어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사장들이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착한 아이 콤플렉스 : 타인으로부터 착한 사람이라는 반응을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적 콤플렉스
첫째, 중요한 의사결정을 잘 못합니다. 결정을 계속 미루거나 결정을 내렸더라도 계속 뒤집습니다. 이것은 주관이 없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직원들을 믿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사장이 우유부단함에 실망하고 또 결정을 호떡 뒤집듯이 뒤집는다고 불만을 가지게 되죠.
둘째, 계속 주변의 누군가에게 물어봅니다. 좋게 말하면 임직원의 의견을 듣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물어봅니다. 본인이 혼자 결정을 하기 불안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성향상 그것이 마음이 편하니까요. 의견을 듣는 것은 좋으나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종 결정 전 직원들이 알면 안 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승진이나 조직개편 같은 것들이죠. 이에 대해서도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결국 모두 알게 됩니다. 나중에 ‘누가 비밀을 누설했냐?’라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셋째, 직원들 개개인의 이야기에 민감합니다. 회사에 떠다니는 소문이나 루머에 신경을 씁니다. 회사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떠돌아다닙니다. 사장이 이런 데까지 신경 쓰게 되면 정신이 분산되어 중요한 업무에 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을 불신하고 지나치게 전문가에게 의지합니다. 이건 직원들을 못 믿는 전형적인 의심병에서 출발합니다. 전문가도 회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르면 정확한 진단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본인만의 경험으로 잘못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 특징들은 사장 특유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생깁니다.
첫째, 회사 내에 정보가 부족한 것입니다.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니 직원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은 회사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보로 만들고 의사결정에 참고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 정보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애매한 경우가 많지요. 이때 사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결단이라는 것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분석된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되 사장의 적절한 판단과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어 직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갖습니다. 직원들이 보고해도 몇 번씩 확인하고 다른 곳에 물어봅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장에게 직원들을 전적으로 믿으라는 것은 어렵기는 합니다. 허나 믿지 못하면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셋째, 흑백논리에 치우거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감안하지 않습니다. ‘A가 맞으면 B가 틀리다.’라는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A도 B도 아닌 모호한 상황들이 많습니다. 이럴 경우 여러 대안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직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기안문을 작성, 보고할 때도 대안을 마련하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최소 2~3가지 안으로 보고 받으면 결정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넷째, 주변에 멘토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유부단한 사장은 이리저리 많이 물어보지만 그 사람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회사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도 않죠. 이런 사장에게는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멘토가 필요합니다. 들어주기만 하는 것보다 빠르고 정직하게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도움을 받되 최종 결정은 결국 사장이 해야 합니다.
조심할 점은 멘토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정할 수 있는 능력 배양도 안 될 것이고 직원들이 알게 된다면 사장에 대해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장의 유형 중 하나가 ‘팔랑귀‘이고 ‘우유부단‘한 사장입니다. 직원들은 매번 눈치만 보게 되고 너무 답답하고 피곤합니다. 항상 결정이 뒤바뀌고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언제 결정할지 또 어떤 식으로 내려질지 예측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사장은 전장의 장수와 같습니다. 장수가 자기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면 전쟁에서의 승부는 뻔한 것 아닐까요?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