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제를 말하다
작년 중순경 삼성에서는 한 가지 광고를 띄웠습니다. 바로 팀 삼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광고 영상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의 모든 가전이 마치 팀플레이를 하듯 서로 연동된 하나의 삼성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광고가 2021년 10월 경 공개된 이후 삼성은 가전 부문과 im 부문을 통함 하는 부서 개편을 발표합니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의 모든 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겠다는 삼성의 그림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의 모든 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데 가장 중요한 성능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스마트폰 AP의 AI 성능이라고 봅니다. 긴급 경영 진단 후 삼성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태계 전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은 엑시노스를 활용하여 삼성의 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고자 하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첫걸음이 엑시노스 2200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샘 모바일스 등의 언론매체와 IT 팁스터 아메드 콰이어 등은 자신의 트위터와 매체를 활용하여 엑시노스 2200이 전작 대비 CPU 성능이 5% 향상되고 GPU 성능이 17%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엑시노스는 항상 타사 경쟁 AP에 비해서 GPU 성능이 떨어진다고 혹평을 받았던 AP입니다. 그래서 삼성은 ARM의 저전력 GPU 아키텍처인 말리를 버리고 AMD와의 협업을 통해 AMD의 RDNA2 아키텍처를 채택했습니다. 이번 엑시노스 2200은 AMD와 GPU를 합작한 첫 작품이라는 데에서 그 의의가 큽니다. 하지만 성능 향상폭은 시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아 일부에서는 전작 대비 큰 성능 향상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괄목할 만한 변화는 NPU 즉 AI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NPU 성능이 전작 대비 117% 향상을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무엇인가 이상합니다. AI 성능에서는 꽤 준수한 평가를 받는 엑시노스가 혹평을 받던 GPU가 아닌 NPU 성능 향상에 주력했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성능 향상은 ‘TEAM SAMSUNG’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안에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NPU 성능 향상을 통해 삼성이 노리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바로 음성비서 빅스비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음성으로 집안의 모든 삼성 기기들을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컨트롤 하는 그림을 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NPU의 비약적 발전이 의미하는 바는 좀 더 정확한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자연어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글이나 공식적 자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정형화되고 딱딱한 언어를 우리는 문어체라고 합니다. 또한 비공식적 자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통상 언어를 우리는 구어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어려운 단어로 자연어라고 부릅니다. 즉 자연어 처리는 우리가 이전처럼 빅스비에게 일을 시킬 때 또박 또박 “빅스비! 시간! 알려줘!”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야 빅스비 몇 시야 지금!”이라고 대충 말해도 “네 주인님 지금은 오후 여섯시 17분입니다.”라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삼성 세탁기를 가지고 있다면 휴대폰에 연동해 놓고 집 안에서 작업이나 게임을 하다가 빨래를 돌릴 시간에 스마트폰에다 대고 “빅스비, 빨래 좀 돌려봐라!”라고 장난스럽게 말해도 알아들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또한 음성으로 조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생태계 통합에서 AI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에 모든 앱을 연동시켜 놓고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동작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능력은 물론이고 해당 가전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최적의 사용 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것 또한 AI의 발전을 통해 가능합니다.
이러한 삼성 가전과 갤럭시와의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AI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엑시노스 2200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NPU 성능의 향상은 동영상과 사진의 보정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아이폰의 A 프로세서는 사진과 동영상 퀄리티 보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고성능의 ISP와 GPU가 있어 가능하지만 시네마틱 영상이나 플로레스 촬영 등의 디테일을 챙기는 영역은 넘사벽의 뉴럴 엔진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즉 기본적으로 ISP와 GPU 등의 기본 아키텍처들이 받쳐주는 가운데 뉴럴 엔진이 기가 막히게 양념을 쳐 주는 것이죠.
이러한 A 프로세서 급의 보정 성능을 이젠 엑시노스에서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NPU뿐만이 아닌 이미지 처리 장치 ISP와 그래픽 처리 장치 GPU의 성능이 얼마만큼 담보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음 달에 있을 엑시노스 발표 행사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전작 엑시노스 2100에 탑재 되었던 ISP는 최대 2억 화소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이었습니다. 전문가급 화질의 8K 비디오 촬영을 지원하는 멀티 프레임 프로세싱 엔진까지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전작도 이 정도면 하드웨어 스펙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전작의 스펙을 뛰어넘는 차세대 ISP를 탑재했을 것이고, 기본적인 하드웨어 스펙이 갖춰진 가운데 NPU의 보정 성능이 합쳐져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그래픽을 처리하는 AMD의 RDNA2 GPU에 대한 기대입니다. 전작 대비해서 17% 정도의 근소한 향상 폭음 보여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만 모바일 GPU 최초로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여 좀 더 디테일한 3D 그래픽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기대해 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AMD는 지난 6월에 있었던 컴퓨텍스 2021에서 엑시노스와 RDNA2 아키텍처 간의 협업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공개 당시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레이트레이싱이었습니다.
레이트레이싱은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을 역추적하여 사물의 물성과 형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일반 그래픽에 비해서 훨씬 더 디테일한 그래픽 구현이 가능합니다. 아마도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스마트폰에서는 좀 더 생동감 있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엑시노스 2200의 스펙이 일부 유출되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셨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PU 5% 향상 GPU 17% 향상은 우리가 기대했던 엑시노스 2200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NPU가 전작 대비 117% 향상되어 비약적인 AI 성능과 자연어 처리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러한 엑시노스의 스펙 시트는 삼성의 생태계 구축 전략과 결이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된 NPU의 서포트를 받아 더욱 찬란히 빛날 엑시노스 2200의 GPU와 ISP도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일 것입니다. 과연 삼성 엑시노스 2200은 무시무시한 NPU를 앞세워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을 이루었을까요? 엑시노스 2200은 팀 삼성 전략의 핵심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강성모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