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잡스 인터뷰
실패한 FOUNDER에게서 듣는 스타트업 창업 전략
우리는 늘 성공한 CEO의 화려한 무용담을 듣곤 합니다. 역경을 헤치고,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간 대단한 이야기들은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는 건데요. 누구나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 씬에 뛰어들지만 그중 무사히 엑싯(Exit)에 성공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오죽하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이라고 부를까요. 그래서, 때로는 성공보다는 실패에 정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알아야, 그렇게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죠.
여기, 지난 5년간 3번의 개발을 실패하고 런칭 1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고 법인 파산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왜 실패했을까요? 오늘도 빛나는 아이디어 한 줌을 쥐고,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수천 명의 예비 창업가를 위해 ‘스타트업 실패담’을 들고 왔습니다. 스타트업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링크스타터’를 창업한 김현수 대표가 그 주인공인데요. 2만 5천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트업잡스’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 ‘잡쑤’ 님이기도 하죠. 잡쑤 님은 3년간의 엔젤클럽 운영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후 직접 창업에 뛰어들어 약 5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첫 번째 스타트업을 떠나보냈는데요. 잡쑤 님에게 스타트업 폐업은 어떤 것을 남겼을까요? 진심을 다한 시간이 있었기에, 오직 잡쑤 님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눠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잡스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스타트업잡스’ 유튜브 채널을 관리하고 있는 ‘잡쑤’, 김현수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여, 이후 업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타트업의 비전이 명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2015년 벤처 투자자로 스타트업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벤처 투자로 개인들의 자금을 30억 원가량 모아서 소위 ‘대박’이 난 곳도 있었지만, 크게 실패를 겪은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투자 실패의 화살은 고스란히 저에게 날아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 비전이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와 경험을 기반으로 2018년도에 미디어 및 HR 분야로 첫 스타트업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HR 서비스가 바로 ‘링크스타터’인데요. 이번에 그 사업을 접게 되면서 현재는 사업과 커리어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잡스 채널을 스타트업 섹터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인사이트를 주는 채널로 스케일업하려는 목표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잡스미디어의 교육 브랜드인 ‘잡스클라쓰’를 통해 교육 사업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저의 8년간의 스타트업 창업 및 경영과 관련한 경험담을 잡스클라쓰의 패키지 강의로 녹여냈는데요. 앞으로는 다른 역량 있는 분들의 인사이트를 담아낼지, 아니면 재창업을 통해 추가되는 저만의 인사이트를 담아낼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인플루언서로서 비즈니스 홍보 영상에 대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사실 비즈니스 홍보 영상 매출이 채널 전체 동영상의 조회수로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보다 높거든요. 하지만 홍보 영상을 BM으로 가져가는 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저는 좋은 프로덕트나 사람을 고르는 큐레이션에 강한데, 그러다 보니 아무리 광고라고 해도 아무나 소개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런 큐레이션 BM을 크게 만들려면 단가를 높이거나 공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게 강의 플랫폼(잡스클라쓰)이에요.
그런데 강의 같은 경우는 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까지 리소스가 많이 들다 보니, 제 역량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좀더 큰 BM이 뭐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최종적인 BM은 ‘홍보 대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홍보 콘텐츠를 영상으로 만드는 일에 흥미가 많이 있었거든요. 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 영상, TV CF를 습관적으로 챙겨봐요. 그런데 광고 콘텐츠의 80% 이상은 그냥 관심을 끌려고 할 뿐, 이 상품을 왜 써야 하는지와 같은 메시지가 전달이 안 돼서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아요. 저는 설득의 메시지를 분명히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아무 것도 없던 브랜드에서 인식이 되는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어요. 프로덕트 판매 시에는 서로 쉐어하는 구조의 BM도 가져가려고 해요. 메인 비즈니스로 이러한 구조의 홍보 대행 서비스를 가져가면, 성장하는 BM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2년 전까지만 해도 IT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대학교나 대기업에서 강연이나 기업 교육에 대한 요청이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제 사업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던 시기라, 괜한 자기 PR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부분 다 거절했어요. 근래에 제안해 왔던 건들은 코로나19 이슈로 끊긴 경우가 많았고요.
오프라인 강의의 경우에는 요청이 들어와야 타깃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속성이 강해서, 미리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오프라인 강의에 대한 제안은 충분히 열어놓은 상황입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을 주시면, 그 기회를 필두로 오프라인 강의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서는 BM, 팀, 그리고 돈 세 가지가 필요해요.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스타트업 운영이 가능한데, 제 사업은 이러한 요소들이 잘 맞물리지 못했어요.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스타트업은 시작 단계부터 모든 설계가 다 되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링크스타터랩은 시작할 때 개발자가 없었기 때문에 IT 창업을 하기에 원만한 팀이 아니었어요. 당시에 저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프로덕트 개발보다는 사람들이 모이게끔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잡스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IT 쪽은 프로덕트를 원만하게 만들어낼 팀이 구성되지 않아서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했거든요. 저는 미디어(스타트업잡스)가 강해지고, 투자를 받으면 IT 팀을 꾸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서 개발자, 디자이너 등 개발팀 인력만 채용하다가 끝난 셈이에요. 제대로 투자받지 못한 요인도 여기에 있어요. 든든한 개발팀이 없으니 투자 리스크가 있다고 본 거죠.
또 이미 경험했으니 아는 부분인데요, 링크스타터는 기획부터 잘못됐어요. 앞으로는 정규직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 생각하는데, 과거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매던 시절처럼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고, 기업에 대한 비전에 공감하는 분위기의 구인구직 시장 가치는 많이 무너졌거든요. 지금 MZ세대는 자신이 만족하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일하는 만큼 보수를 받는 형태의 근무에 익숙해요. 더구나, 안정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서 초기 스타트업에는 경력이 있는 이들이 참여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Last Dance’랄까요. 작년 4분기에는 아예 빠르게 글로벌로 피벗을 해서 정부 자금으로 ‘글로벌 런칭을 해 봤다’ 정도에서 사업을 종료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회사가 채무가 많아지니 사업을 지속할수록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라 결국에 법인 파산을 결정한 거죠. 제가 하고자 했던 사업, 즉 각 회사의 채용공고나 개인의 구직 정보를 콘텐츠로서 제대로 알고, 서로 올바른 구인구직을 통해 다 같이 잘 되어 스타트업 성장의 가치를 키워내는 ‘HR 혁신의 방향성’이 거의 유토피아 수준의 기획이었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사실 링크스타터랩의 폐업은 저에게는 전환점이에요. 제 강점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 ‘왜 파산했을까’의 방향으로 스타트업잡스를 브랜딩하고 있다 보니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에요. 이 정도로 간절하고, 제대로 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는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 스타트업 투자, MBA에서의 경영전략&벤처, 스타트업 창업부터 폐업까지 총 8년의 경험을 담아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스타트업에서 5년 동안 일군 것으로 매출을 내는 것이나, 이 경험을 끄집어내 강의 콘텐츠로 만들어서 파는 것이나 저에게는 똑같은 사업화예요. 그래서 사업의 실패가 굉장히 뼈아프다기보다는 충분한 가치를 남겨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온라인 강의 판매가 잘 안 되고 있어요. 이제 마케팅의 영역인데, 아시다시피 전 사업에 망한 케이스라 이 경험담을 담은 강의를 파는 것은 난이도가 너무 높은 마케팅이에요. 스토리텔링 하기도 어렵고요. 하지만, 최근 수강자가 남긴 수강 후기를 보고, 그럼에도 이 강의는 꼭 된다는 확신을 얻게 됐어요. 그분은 강의 패키지 중 첫 강의만 듣고 장문의 후기를 남기신 이후로 수강을 안 하셨는데, 후기에서 “어디에서도 못 들은 강의다. 이 강의를 듣고 이 사업을 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분의 몇억원을 아껴드린 거예요. (웃음)
이렇게 스타트업 씬에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나라에서 돈 주고, 투자사에서 푸시하니까 이력 좋은 인원으로 팀을 꾸려서 무작정 시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시작하면 대부분 다 망하거든요. 하지만 제 강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한다면’에서 시작해요. 어떤 분에게는 창업 안 하고 ‘3억 원을 아끼는 법’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하겠다면 한 번 ‘망해본’ 입장에서, 저처럼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거죠.
스타트업, 하지 마세요. 꼭 하겠다면 ‘제대로’ 하세요.
제가 가진 강점은 ‘통찰력‘이라고 생각해요. 광고 대행사나 인플루언서 등 홍보할 수 있는 서비스는 굉장히 많지만, 그 ‘맛’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저는 ‘맛이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원하는 대상을 설득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니즈를 통찰했을 때 가능하잖아요. 스타트업잡스 채널이 이 섹터에서 이 정도까지 컸다는 점이 제가 지닌 통찰력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겠네요.
채널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우선 ‘스타트업잡스’라는 채널명을 좀더 포괄적인 것으로 변경하려고 해요. 스타트업 창업 관련한 콘텐츠는 이제 잡스클라쓰 유료 강의에 기초 과정으로 들어가 있기도 해서, 맛보기 영상이나 대중적인 이야기들만 하나의 코너로 남겨 놓으려고 합니다. 또, 그동안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IT에도 관심 가질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해 2차 고객을 타깃으로 IT 리뷰 영상도 종종 올렸는데요. 앞으로도 제가 사업하는 영역에서 IT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IT의 가장 대중적인 소재인 IT 기기 리뷰 영상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등 기업 PR 콘텐츠도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계속 진행할 생각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하나의 조언으로 정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잡스클라쓰 강의를 들어라”가 제 답이에요. 제 강의를 보는 사람의 95%는 ‘창업을 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거고요, 그럼에도 진짜 하려는 5%의 사람들은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거예요.
창업은 의사결정의 연속이고, 한 번 정한 결정은 되돌릴 수가 없어요. 공부도 정말 많이 해야 하고요. 저도 대학원 가서 공부하고 또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사업도 해보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게 비즈니스예요. 책 10권도 안 읽어보고 ‘어, 이 아이템 되겠네’ 하고 무턱대고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온통 갈아 넣어도 될까 말까 한 게 스타트업 창업이니까,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