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나 자라의 수익성 성장인데요. 자라의 총마진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0.5%까지 올라설 정도로 급격한 개선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이은 호실적 덕분에 인디텍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30% 넘게 올랐다고 하고요. 이로써 인디텍스는 전 세계 패션업체 중 LVMH, 나이키, 디올에 이은 4위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인디텍스보다 앞서 있는 3개의 회사가 모두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라는 점에서 자라의 질주는 더욱 놀랍습니다.
특히 최근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이중고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우선 ESG 트렌드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기존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건 물론이고,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요. 쉬인과 같은 초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각광받으면서, 기존 플레이어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유독 자라는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자라의 최근 성공, 특히나 수익성 개선의 근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고가를 지향하는 프라이싱 전략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중저가를 지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을 펼쳤던 건데요. 전부터 자라는 H&M 등 경쟁 브랜드 대비 보다 고가의 가격 포지셔닝을 유지해 왔고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공급망 이슈가 발생했던 2021년 하반기에도 무려 23%나 가격을 상승시킬 정도로 공격적으로 이를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별 가격 차등화 정책을 강화하며, 추가적인 마진 확보에 나섰는데요. 유로존과 이 외 지역을 분리하여, 유로존 밖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최대 91%까지 더 비싸게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방법이 성공을 거두면서, 타 기업들과의 매출총이익률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자라는 매장 운영 효율화 작업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본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소규모 매장은 폐쇄시키고 주요 위치에 있는 대형 매장은 확대하는 것인데요. 매장 수는 6,400개 이상에서 최근 5,801개까지 감소했지만 총 공간 면적 자체는 3% 늘릴 계획이라 합니다.
이러한 자라의 글로벌 전략이 잘 담긴 곳 중 하나가, 최근 리뉴얼을 마친 자라 여의도 IFC몰점인데요. 매장 면적 자체는 1.5배 확장하였고, 팝업존을 통해 고객 경험은 개선하고, 온라인 몰과의 연결성도 강화했습니다. 이렇듯 효율성 좋은 대형 매장 위주로 내실을 다지며, 비용도 줄이고 있으니 이익 규모가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대형 매장들은 브랜딩 관점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고객들에게 자라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스토리를 끊임없이 전달하며, 자라에 대한 고객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결국 앞서 말한 자라의 고가 포지셔닝이 진정 통하려면, 이러한 브랜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자라는 이를 가장 잘 해내기에, 현재의 입지까지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자라는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 대비 매년 3배 이상의 품목을 생산하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 제안을 통해 가장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로 고객에게 인식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과정 속에서도 프리미엄 컬렉션 비중을 늘리고, 하이엔드 라인인 자라 아틀리에를 선보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무분별한 인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는 데 성공하였고요.
이제 자라는 유럽 대비 영향력이 낮은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준비 중에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미국은 초저가 기반의 패스트패션 쉬인이 한창 위세를 떨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과연 미국에서 자라와 쉬인의 대결은 또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