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1. 할인에서 중요한 것은 명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명분이 있는 할인은 판매를 늘리면서도, 브랜드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기간에 조건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은 유용한 할인 수단 중 하나입니다.
2. 할인쿠폰은 구매를 촉진하지만, 많이 발급되면 사용자가 쿠폰 없이는 구매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할인쿠폰과 관련된 지표를 설계할 때는 시스템적 관점에서 설계가 필요합니다.
3. 퍼널 관점에서 크게 쿠폰 제작, 쿠폰 발급, 쿠폰 사용 및 만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구간과 문제에 따라서 핵심지표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요즘 ‘서머위크’와 같은 기획전으로 많은 브랜드와 마켓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주문PM으로 ‘할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케팅 믹스라 불리는 4P(Price, Product, Promotion, Place) 중 가격Price은 기업의 주문과 연관이 높은, 매우 매력적인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업이 원할 때,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제품, 유통구조, 프로모션에 변화를 주어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가격은 올리고, 내리고에 따라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물건을 팔았을 때 기업의 마진을 결정하며, 가격이 브랜드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문PM으로 ‘판매자들의 매출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할인은 항상 고민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다만 쿠폰이라는 것이 가진 특이한 성질 때문에, 관련된 지표를 설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할인쿠폰과 할인쿠폰 기능에 대한 지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매출 촉진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할인입니다. 다만, 세상살이가 그렇듯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할인을 하는 상품 A, B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내가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30% 할인이 찍혀있는 A, 신규가입쿠폰을 적용해야 30% 할인이 된다는 B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A를 자주 보다 보면 “원래 70,000원 정도면 딱 적당한 제품이 그냥 기본가격만 높였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B는 “신규가입한 유저에게만 특별히 할인해 주는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B의 적정한 가격(가치)을 A의 그것보다 높게 책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할인을 제공하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하면 발급하거나, 사용자의 기념일이거나, 구매 수량을 충족시키는 등 무조건적으로 할인을 제공하는 것보다 구매를 이끌어내면서, 브랜드의 가치를 보존하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하게 상품을 할인가로 판매하는 것보다, 사용자의 어떤 조건에 따라 적용 가능한 쿠폰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 쿠팡도 장바구니의 UI가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장바구니에서 쿠폰을 따로 제공하는 영역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최근 변경된 UI를 보면, 장바구니 하단에 내가 적용받는 할인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서, 어떤 할인을 받는지 명시해 줍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구매금액을 더 높이거나, 혹은 지금 적용된 할인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보태면, 이런 명분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약간의 허들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 후기를 작성하거나, 구매 확정처리를 하는 등 일정 수준의 액션을 했을 때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할인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사용자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그 명분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쿠폰과 관련된 기능 개선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표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B2C 대상의 서비스가 아닌 B2B라는 점도 있었지만, 사용자의 매출에서 쿠폰 할인 금액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 언급한 CS챗봇 지표와 성격이 유사합니다.)
제가 분석가로 일할 때, 감명 깊게 읽은 책 <세컨드 펭귄>에서 시스템 관점에서의 지표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쿠폰 마케팅’을 사례로 이야기합니다. 시스템 관점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전체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파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전체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팀이 배송 마감 직전에 ‘지금 구매하면 내일 배송’과 같은 메시지를 발송하면 전환율 자체는 높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물류팀은 배송 마감 직전에 갑자기 물량이 증가하면서 출고 지연, 배송기사 수급 실패 등 여러 이슈를 마주할 수 있고, 이것이 결국은 고객 경험을 해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컨드 펭귄>에서 언급한 쿠폰 마케팅의 사례도 다음과 같습니다. 쿠폰을 많이 발행하고, 할인을 많이 적용한다면 처음에는 매출이 증가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장기화되고 빈도가 증가한다면 고객은 어느 순간부터는 쿠폰 없이 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쿠폰 할인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오가닉 구매가 감소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 – “이제 쿠폰 없이 사면 손해본 느낌”…컬리, 수익성 강화 묘수있나, 뉴시스, 2023.01.13)
그런 관점에서 쿠폰과 관련된 프로덕트 지표를 아래와 같은 관점에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판매자가 쿠폰을 많이 등록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 브랜드가 애플처럼 고가여도 판매가 잘 이루어지거나, 혹은 슈프림처럼 벽돌을 팔아도 잘 팔리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할인을 굳이 적용하지 않는 것이 판매자에게는 이득일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할인쿠폰을 등록한 사용자나 등록한 할인쿠폰 수를 지표로 잡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무시해야 할 지표는 아닙니다. 만약에 어드민의 사용성이 불편해서, 혹은 쿠폰을 만들거나 관리하는 것이 불편해서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판매자를 위한 기능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판매자의 쿠폰 등록에 대한 지표는 사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보조지표를 설정해서 같이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판매자는 등록한 쿠폰을 사용자들에게 발급하게 됩니다. 이때 어떤 조건을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용자에게 발급될 수도 있고, 적은 사용자에게 발급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입 직후 발급되는 쿠폰이나 기념일 명목으로 지급되는 쿠폰은 많은 회원에게 발급되지만, 발급 수량은 적을 것입니다. 반면, 구매확정을 하거나 구매후기를 남기고 발급받는 쿠폰은 적은 회원에게 많이 발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쿠폰 발급 수는 단순하게 얼마나 많이 발급됐느냐를 보는 것보다, 어떤 유형의 쿠폰이 얼마나 발급됐는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매확정, 구매후기 등 판매자의 매출에 비례해서 발급되는 쿠폰이 증가했다면, 이런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발급과 관련된 지표는 제작한 쿠폰 대비 발급한 횟수, 혹은 쿠폰 유형과 회원당 발급된 횟수 등을 기준으로 지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쿠폰 사용은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앞서 ‘판매자의 쿠폰 등록’에서 말한 것처럼 사용자가 쿠폰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이다’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설루션의 관점에서는 제일 중요한 지표일 수 있습니다. 보통 판매자 설루션에서, 판매자는 쿠폰을 등록 후, 어떤 조건의 인원에게 발급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즉, 대략적인 발급량을 판매자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판매자는 대략적인 매출과 할인 금액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000원 이상 구매 시 5,000원 할인 쿠폰을 100명에게 발송했다면, 판매자는 쿠폰을 모두가 활용해서 구매한다면 4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루션은 판매자가 발급한 쿠폰을 최대한 소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판매자의 운영 및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쿠폰 사용과 관련된 지표는 설루션에게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쿠폰이 발행된 상태에서 기업에서는 이를 부채로 간주합니다. 즉, 판매자가 꼼꼼하게 회계 처리를 한다면, 발행된 이후 사용되지 않은 쿠폰이 많은 것은 부채 비율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할인쿠폰과 관련된 사용자의 퍼널을 3단계로 표현했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쪼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쿠폰의 목적 중 하나는 사용 기한을 설정해서 사이트에 자주 방문하고 자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판매자들이 쿠폰 사용 기한을 어떻게 가져가는지도 참고할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관리, 생성의 어려움 때문에 한번 발급할 때 사용 기한을 길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쿠폰을 통해 구매한 사용자가 다음에 오가닉으로 구매, 혹은 재구매로 연결되는 비중 등 쿠폰을 통한 판매자의 성장을 고려한다면 실제 봐야 할 퍼널과 지표는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이처럼 바라보는 문제와 관점에 따라 쿠폰은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PM으로 판매자의 관점에서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을 한 단계씩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다뤄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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