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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nceptor Jul 29. 2024

광주의 대표음식이 궁금했다

세렌디피티 투어 01 : 0602~0605 3박 4일 광주여행


                                                                                                                                              광주에 오게 된 것은 온전히 숙박 세일 페스타 쿠폰 때문이었다.


처음에 부산을 예약했다가 취소하고

다음 날 군산에 가려고 보니 매진.

울산과 광주 중에 고민하다가 광주를 선택했다.

광주는 10여 년 만에 온 것 같다.


세렌디피티 투어인 만큼 무계획선행되어야 하지만

무언가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이번엔 맛집지도를 연성하고

돌아다니면서 체크하는 방식을 취했다.


여행 전 체크한 맛집 지도 ⓒ reconceptor


하지만 사전에 너무 많은 맛집을

체크하는 바람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 난감했다.


광주 맛집을 검색하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표현이
광주에는 특별한 맛집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농업, 수산업 등이 고루 발달해 식재료가 풍부하고,
일제 강점기 이후 도시가 발달하면서 지역 특유의 음식 문화보다는
전라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한 음식이 총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광주에서 음식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디서든 평균 이상의 맛을 자랑하는 맛의 도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더 맛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게하에 근처 맛집을 문의하니 3곳을 추천해 줬다.



맛집 검색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진식당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전현무계획에 나왔던 애호박찌개 맛집을 생각났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애호박찌개 맛집은 명화식육식당이지만,

여기서 많이 멀기도 하고 고기 뻣뻣한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후기도 많아 진식당으로 향했다.  


진식당은 생선구이로 더 유명한 곳이지만,

맛집이라면 애호박찌개도 중간 이상의 맛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 reconceptor
ⓒ reconceptor

백반처럼 한 쟁반에 나오는데,

역시 맛의 고장 전라도 답게 반찬 종류는 많지만

예전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느낌.


ⓒ reconceptor


고추장찌개와 흡사한 비주얼의 애호박찌개.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정확한 명칭은 애호박돼지찌개로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광주의 향토 음식이다.


애호박찌개는 왜 광주의 향토 음식이 된 것일까?


애호박돼지찌개는 광주 광산구 일대가 특히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광산구의 농특산물인 애호박과 송정시장의 돼지고기가 만나 탄생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광산구의 대촌동, 동곡동, 평동 일대에서 애호박이 주요 농특산물 중 하나로 재배되었고,
송정시장에는 우시장이 있어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 reconceptor


보통 애호박찌개에는 반달 썰기 한 애호박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광주에서는 채 썬 애호박을 넣고 매콤하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잘게 다져 부드럽게 익는 애호박의 식감과

진하지만 맑고 투박한 느낌의 국물이 입안을 적신다.


전체적으로 조미료 없이 슴슴한 맛으로 짜지 않고

삼겹살의 지방과 고기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꼬득한 식감이 먹을수록 감칠맛이 입맛을 돋웠다.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딱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거칠지만 정직한 맛이다.

서울에서 강렬한 조미료로 입에 착 감기는 것만 먹다 보면

이런 맛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지방 식당의 찐 맛이 좋다.


양이 많아서 다 먹지는 못했다.

이쯤에서 명화식육식당의 맛도 궁금해졌는데, 훨씬 걸쭉하고 진한 맛이라고 한다.

(게하 사장님이 명화를 광주 최고의 애호박찌개 맛집으로 극찬하셔서

다음에 가볼 계획이다.)


맛집 투어를 하다 보니 애호박찌개만큼 웬만한 식당의 메뉴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콩물국수다.


부산에서는 콩국이라고 부르는데,

광주에서는 콩물이라고 한다.


콩국은 맑은 데 반해 콩물은 걸쭉하고,

콩국은 소금을 곁들여 짭짤하고 콩물에는 설탕을 넣어 달콤하다.


디저트가 아닌 바에야 콩국물에 설탕을 넣는 것이 익숙지 않은 나는 소금파이다.  

그래서 김명화서리태콩국수의 테이블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설탕통을 만났을 때 조금 당혹스러웠다.


ⓒ reconceptor
ⓒ reconceptor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때에 가서 그런지 식당 내부는 한가로웠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깔끔하고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기분이 좋았다.

(광주에서 가본 식당 중에 가장 깨끗한 곳이었다.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테이블을 닦고 관리하더라.)

하루 2번 만든다는 배추겉절이는 건강한 맛!


ⓒ reconceptor


드디어 영접한 서리태콩물국수의 맛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서울의 진주집처럼 강렬하게 당기는 맛은 없지만,  

걸쭉하면서 건강하고 투명하며 신선한 맛이 만들어내는 서리태의 감칠맛이 자꾸만 젓가락을 당겼다.

결국 깨끗하게 한 그릇 싹 비웠다.


왜 광주에서 콩물국수가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는 어려웠지만, 전통문화포털에서 콩국수의 연원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콩국수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1680년경의 조리서인 『요록(要錄)』에는 태면(太麫)이라는 이름으로,
1800년대 말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콩국’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고 한다.
한편 근현대 수필가 조풍연은 경향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콩을 간 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방법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콩국수라는 음식명은 최근 들어 새로이 만들어진 이름이고 원래 이 음식은 '콩국'으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콩국수가 대중화된 시기는 정부가 혼분식(混粉食) 장려정책을 추진했던 1960~1970년였다. 밀가루 소비 확대와 더불어 단백질 공급원으로 손색없는 콩의 영양까지 챙길 수 있어 영양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1070년대 전반 국내에 처음 등장한 믹서기도 콩국수 확산에 한몫을 했다. 맷돌로 콩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야?"


오래전에 광주가 고향인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다.

친구는 고추튀김과 오리탕이라고 답했다.


고추튀김은 예전에 광주비엔날레 행사장 앞 가판에서

팔던 것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고추튀김을 먹어보려 했으나 찾기 어려웠다.

한편 오리탕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서 굳이 찾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에 택시기사님이 추천해 줬던 송정리떡갈비 맛집과

열심히 찾아가서 먹었던 상추튀김도

가격대비 특별한 맛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주시에서는 2019년 광주 한정식, 광주 오리탕, 광주 주먹밥, 광주 상추튀김, 광주 육전,

무등산보리밥, 광주 송정리떡갈비의 광주7미(味)를 선정했다.


하지만 광주7미를 먹기 위해서 광주를 가게 될 것 같지 않다.

지역의 대표음식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광주에서는 어떤 식재료나 음식 메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금까지 축적해 온 음식 문화로 소구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광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애호박찌개와 콩물국수라고 말하겠다.


첫째, 광주의 어느 동네 식당을 가더라도 메뉴판에 꼭 있던 음식,

둘째, 그만큼 지역민이 일상에서 즐기고 애정하는 음식,

마지막으로, 이 동네만의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식당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맛을 자랑하며,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식당에서 애호박찌개와 콩물국수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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