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고
안녕하세요.
<작고 기특한 불행>을 쓴 오지윤입니다.
올해 글쓰기 모임을 하나 운영했습니다. '사적인 글쓰기'라는 모임이었어요. 출처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평소에 하지 못한 말을 써내려갔습니다. 어떤 분은 줄곧 눈물을 흘렸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분의 글을 읽다가 오열한 적도 있고 내 글에 취해 몰래 울기도 했습니다. 아, 이래서 다들 글을 쓰는구나 싶었어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섬세한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주옥같은 문장을 조립해내는 장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책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디든 누가 뭐라든 계속 쓰는 사람'이 '작가'고 책까지 쓰면 '저자'가 되는 것 뿐이죠. 그러니 지금 당장 책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어차피 나는 평생 글을 쓰고 사람인데, 안달 낼 이유가 뭐 있냐며 묵묵히 쓰려고 애써왔어요. 내 목표는 책이 아니라, 글 쓰기 그 자체라고요.
장강명 작가가 '책 한 번 써봅시다' 라는 책에서 "아이슬란드 국민의 10%가 출간 경험이 있다"라고 쓴 걸 기억합니다. 누군가 책에서 A라는 주장을 하면, 또 다른 사람이 책을 내서 A-1라고 주장하는 사회라더라구요. 우리의 세계도 책으로 서로에게 답장하고 연대하는 세계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운좋게도 제게 차례가 왔을 뿐입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세상에 못 쓴 글이 어디 있을까요. 결국 모든 작가님들이 언젠가 또 다른 책으로 답장을 써주실거라고 믿어요. 별것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모여서 별것이 되고, 사소한 이야기가 모여 더이상 사소하지 않은 존재가 되고 말겠죠.
글을 쓰다가,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일까?"라는 의심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 계속 써도 괜찮아"라고 브런치와, 저를 선택해준 편집자 분이 끄덕여주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도, 제가 쓰는 에세이레터(보낸이 오지윤)에도 계속 계속 써내려갈 용기가 생겼어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어떤 사랑도 결국엔 식어 버리잖아요. 쓰는 일을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브런치와 이곳의 모든 글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올해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매번 새로운 멤버분들께 보여드린 영상이에요. 결국 쓰고야 마는 사람들은 쓰게 되어있다네요. 이곳에서 서로 응원하며 계속 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1. 12. 17.
오지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