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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1. 2017

Ep.0 별, 실크로드, 우즈베키스탄


유르트 캠프


문득 낯선 도시에서 맞는 아침이 너무 그리운 날이 왔다. 매일 맡는 냄새와 조금 다른 냄새가 나는 길거리, 익숙하지 않은 풍경, 낯선 온도, 그리고 다정한 여행자들도.

다시 한 번 떠날 때가 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우즈베키스탄, 낯설지만 신비로움 가득한 나라

  떠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날부터, 작업을 하다가도 틈만 나면 세계 지도를 켜고 여기저기를 눌러보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조지아, 지난 해에 가려다 포기해야만 했던 프라하와 크로아티아, 광할한 자연이 펼쳐져 있는 키르기스스탄.....

  한정 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오래,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통장과 지도만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한참을 그러던 차에,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이름부터 낯선 냄새가 풍겨오는 나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즈베키스탄.

  이름만 들어보았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도 잘 몰랐던 나라.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이 나라가, 들여다 보면 볼 수록 너무도 매력적인 곳이었다. 옥색의 돔을 가진 건축물들과 에메랄드빛 호수, 그리고 사라져 가는 아랄해와 또 이국적인 풍경들. (그리고 저렴한 물가, 그리고 저렴한 물가와, 또 저렴한 물가!) 틈 날 때마다 이 오묘한 나라를 검색하며 사진들을 구경하다가, 결국 어느 순간 왕복 항공권을 결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아름다움. 사마르칸트 샤히진다


 중앙아시아편 가이드북을 사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히말라야를 다녀와 연재한 글로 받은 여행 지원금으로 든든한 새 여행 배낭도 사고! 한껏 들떠서 여행할 도시를 정하고 날짜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신이 나 있었다.


비자 발급이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기 전까지.




난관에 부딪히다

  여행지를 정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목을 잡았다.

  잘 몰랐지만, 우즈베키스탄 관광 비자는 생각보다 발급 방법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시간도 제법 걸리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비자는 최소한 한 달 이전에 넉넉히 발급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중간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르니 두세달 전에 충분히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고.

  다행히 나에게 시간은 많았기 때문에 차근차근 필요한 걸 알아보고 있었는데, 정보가 많이 없어서 찾는 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여행사나 호텔에서 초청장이라는 걸 발급받은 후 대사관에서 다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행사에서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대행 수수료가 붙지만.

   그런데 여행사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곳에 전화를 했더니, 2주 이상 일정으로는 발급을 해준 지 아주 오래됐으며, 현재는 관광객에게 2주 이상 비자는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심지어 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찾기 쉽지 않은 '여자 혼자 오는 한국인 여행객'이었다고. 직원분께서는 자꾸만 '혼자 오신다구요? 17일이나요?' 같은 질문을 반복해 물어보셨다.


  자꾸만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 그리고 다른 대행사에서도 잘 안해줄거라는 말에, 아니 심지어 대사관에서도 반려를 당할 수 있다는 말에, 잔뜩 움츠러들어 여행지를 바꾸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모든 숙소를 예약한 다음 계획표를 보여주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말에, 지푸라기라고 집는 심정으로 숙소 예약을 하다가, 일정을 2주 이내로 변경해야 하나 엄청 고민하다가, 검색과 검색을 계속한 끝에 가장 저렴하게 초청장을 발급해 주는 현지 호텔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일을 보냈더니 의외로 너무 흔쾌히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신 덕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요구하는 정보들을 보냈다.

  그랬더니, 정말로 일주일즘 뒤에 초청장이 메일로 도착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가능한 거였단 말이야??



  받은 초청장을 소중히, 아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가, 학기가 끝나자 마자 비자를 받으러 대사관으로 달려갔다. 다행스럽게 별 탈 없이 발급받을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 비자 발급 방법이었기에 어렵사리 어렵사리 혼자 해낸 뿌듯함은 매우 컸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나서는 정말로 모든게 수월했다. 숙소 예약을 확정하고, 아랄 해 투어와 유르트 캠프를 주관하는 호텔에 메세지를 보내고, 가져갈 물품들을 하나 둘 정했다. 잠들어 있던 카메라 렌즈들을 센터에 맡겨 청소를 하고 핀 교정을 받고, 삼각대를 정비하고, 날씨와 월령을 체크했다. 예쁜 밤하늘을 담기 위해서.

  오랜만에 다시 밟을 먼 땅이 너무 기대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출국일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벌써부터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빛 호수, 옥색의 지붕들, 은하수가 눈앞에 펼처지는 것만 같았다. 매일 밤 우즈베키스탄의 푸르른 자연과 시끌벅적한 시장을 상상했다. 어서 달려가 우즈베키스탄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 '한국인'이라면 조건 없이 반겨주는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실크로드의 역사를 간직한 화려한 건축물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의 여행을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렇게 화려하고
또 예쁘고
분위기 있고
운치도 있는데, 안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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