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에이리언
'이블 데드'의 리메이크 작과 '맨 인 더 다크' 등 주로 공포 영화를 연출해 왔던 페데 알바레즈가 감독을 맡은 새로운 에이리언 영화 '에이리언 : 로물루스 (Alien: Romulus, 2024)'. 리들리 스콧의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는 '에이리언'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은 이번 작품도 제작을 맡았다) 정말 할 말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프랜차이즈인데, 나 역시 전통의 1,2편을 비롯해 일부 팬들에겐 괴작이라고도 불리는 3,4편도 그럭저럭 (4편까지 나온 프랜차이즈라면 이런 속편들이 한 두 편 정도 있어야 제 맛이지 라는 심정) 재미있게 보았고, 다시 원류로 돌아갔던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도 좋아하는 팬으로서 (특히 '프로메테우스'!) 새로운 '에이리언' 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물루스'는 시간 상으로 1편과 2편 중간 정도 지점을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는 건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울 디자인의 세계관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에이리언'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세트, 메카닉, 우주선, 에이리언 등등)은 그것만 따로 소개해도 이야기가 넘쳐날 만큼 당시는 물론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클래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디자인의 세계관을 2024년의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몹시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이야기로 말이다.
새로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로물루스'의 구조는 '에이리언' 1편과 큰 덩어리는 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작품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익숙한, 반복에 가까운 이야기다. 첫 장면만 봐도 어떻게 전개되어 어떻게 마무리될지 쉽게 예상이 가능하지만 흥미롭게도 '로물루스'는 단 한순간도 지루하거나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한 영화(프랜차이즈)가 세월이 흘러 새로운 세대를 맞아 리메이크되거나 새로운 옷을 입고 나설 때 일반적으론 1세대 관객들은 반가움 이상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에이리언 : 로물루스'가 인상적인 건 '에이리언'에 대해 잘 몰랐던 새로운 세대가 흥미를 갖기에 충분한 작품인 동시에, 올드팬들 역시 반가움을 넘어서 또 한 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러 덕목 중 철학과 액션, 공포 가운데 '공포'에 집중한 측면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심플해서 매력적인 '에이리언'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반대로 이미 이전까지 여러 장르의 '에이리언' 영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수많은 호불호를 맞봤던 프랜차이즈는 오히려 복잡함을 과감하게 걷어낼 수 있었고, 반복이 될 수 있는 이야기도 새로운 세대에 맞춰 용기 있게 선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아마도 10, 20대의 어린 관객들은 '로물루스'를 보고 내가 처음 시고니 위버가 나왔던 '에이리언'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러모로 걸작인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과 절대 비교는 어렵겠지만, '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새로운 세대의 에이리언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