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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Apr 18. 2020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힘

완전한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더 나은 상태로 전환할 뿐.

Design for Transitions ‒ from and to what? 를 읽고.


'트랜지션 디자인 (transition design)'은 2015년 카네기멜론대학(CMU)의 디자인스쿨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자인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현재의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아티클을 쓴 Tonkinwise 교수는 Sustainable design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서비스 디자인이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들(특히, 공유 경제)에 대한 논문을 출간해왔다. 그가 실무 중심의 디자인 연구(practice-based design research)를 지지하기 때문인지, 이 아티클에서는 특히 실무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자인과 트랜지션 디자인이 지향하는 것의 간극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마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저자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미래를 야기하는 우리의 일상적 행위는 디자인된 물건, 환경,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행동들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하자면, 디자인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사용자의 행동을 전이(transition)시킬 수도 있다. 즉, 트랜지션 디자인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transition)하는 데 필요한 일상적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인공물(artifact)과 사용자 간의 인터랙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랜지션 디자인은 현재의 실무 디자인과 무엇이 다를까? 저자는 다음 세 가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첫째, 디자이너는 더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 디자인은 본래 '더 나은 미래 (preferred future)'를 추구하고 실체화하는 속성을 가진다. 저자는 현대의 실무 디자인(특히, UX/UI 디자인)은 비전을 추구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민첩해지기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복잡한 이해를 지닌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써 인지해야 한다. 디자인은 새로운 기술의 활용법을 찾는 문제 해결 과정이자, 신제품 개발을 위한 문제 리프레이밍(reframing), 그리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씽킹으로까지 진화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디자인은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단순한 보상을 제공하는 게임화 기법이나 넛지를 활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셋째, 디자이너는 본인의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존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 또는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떠났지만, 트랜지션 디자인에는 지속적인 리디자인이 뒤따른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사회 혁신의 툴'로써의 디자인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를 인지하고 있어 큰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실무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 '디자인씽킹', '서비스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 이라는 용어가 남용되기만 할 뿐, 체계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막상 들여다보면 결국 가장 고전적인 방식(비주얼 디자인)으로만 사용되거나, 무늬만 흉내낼 뿐(포스트잇 붙이기)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디자인씽킹 원데이 클래스' (라고 말하고 2시간짜리 워크샵) 정도를 경험해보고 '그냥 그렇더라'라는 이야기를 하니 속이 답답하다. 디자인은 그냥 예쁜 그림을 그리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행위가 아니라, 반복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다. 


트랜지션 디자인에서 핵심은,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transition)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디자이너라니, 왠지 제3세계 디자인 등 착한 디자인을 하는 이들에게만 해당될 것 같은가? 사회를 위하지 않고 '사용자'만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사회가 고려되지 않은 사용자는 실존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까? 실존하는 인물을 위하지 않은 디자인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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