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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Mar 22. 2021

아, 디자인과에서 그런 연구도 해요?

대학원에 오면 디자인이 뭔지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미셸 루트번스타인. 박종성 옮김. (2007). 생각의 탄생. 에코의서재. 생각도구 3 추상화, 생각도구 4 패턴인식, 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


2018년 가을학기에 나는 <디자인 연구 이슈> 수업을 들으며 디자인 연구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 에세이 초안을 작성하며 그 당시 썼던 에세이들을 쭉 읽어봤는데, 나는 Bayazit 교수님의 ‘인공물의 과학’ (Sciences of the artificial)이라는 정의가 꽤나 명확하게 느껴졌던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나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아니, 자연과학을 제외하고는 사실 다 인공물을 다루는 학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디자인학 박사는 세상의 어떤 부분을 탐구하고 어떤 지식을 창출해야 하지? 디자인 연구란 뭘까?  


나에게 디자인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꽤나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에게 내 연구를 소개하면 열에 아홉은, “아,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그런 연구도 해요?”하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내 연구나 내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깎이는 기분이다.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나, 그게 왜 디자인 연구야? 내 연구는 디자인 지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디자인 연구인걸까, 내가 산업디자인학과 박사과정이라서 디자인 연구인걸까?


이렇게 디자인이 가진 전문성을 설명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디자인은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숨겨진 니즈를 찾아낼 수 있고, 추상적인 것들을 실체화하는 데 능하며, 발산-수렴을 반복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하고 설명해왔다. 그랬던 내가 책 <생각의 탄생>을 읽고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저자가 서술한 통합적 이해나 창조적 사고가 내가 이해하고 있던 디자인적 사고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리가 띵 했다. 모든 학문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고방식이라면, 그것을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이나 역량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 혼란스러움을 해소하고자 용어의 기원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았다. ‘박사’는 Ph.D., Philosophy of Doctor로 통칭된다. 기초학문을 뜻하는 독일어인 '철학'(Philosophische)에서 유래하였다. 이 용어를 직역하면 우리 대부분은 철학 박사 후보생 (Ph.D. Candidate)이다. 철학은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Ph.D.를 수여하는 모든 학문은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세상을 탐구하기 위해 여러가지 수단을 활용하였고, 그 수단을 통해 체계화된 지식이 지금 존재하는 고유한 학문으로 발전되었다. 혹시 그 지식이 현실에서 존재하고 보여지는 형태에 너무 매몰되어, 각 학문을 너무 상호배타적이고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 역시 책 서문에서 작금의 교육과정이 “과정이 아닌 결과에 규정되어 여러 과목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수학자들은 오로지 ‘수식 안에서’, 작가는 ‘단어 안에서’, 음악가들은 ‘음표 안에서’만 생각”하게 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아,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그런 연구도 해요?”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여전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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