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관점에서 연구 바라보기
Elmquvist, N. (2016). Writing Rebuttals. & Gorman, B. (2018). Crafting a CHI rebuttal.
연구자는 글을 읽고 쓴다. 연구를 하기 위해 글을 읽고, 연구를 통해 생산한 지식을 퍼뜨리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글은 논문이다. 지식으로서 학계에 인정받기 위해 이 글은 리뷰어들에 의해 읽히고, 리뷰어들은 이 연구가 왜 인정받아야 하는지 또는 왜 인정받기에 아직 부족한지를 주장하기 위한 글을 쓴다. 이 글은 논문에 대한 리뷰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연구자는 본인의 연구가 왜 인정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리뷰어를 납득시키기 위한 글을 쓴다. 이후 게재된 논문은 다시 후행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 의해 읽힌다. 이처럼 연구자는 연구활동을 하며 다양한 목적의 글을 읽고 쓴다. 글은 ‘학계’라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이다.
글쓰기는 목적이 있고 (기능성), 독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야 하며 (사용성), 글쓴이의 개성을 담아 매력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 (심미성)에서 디자인과 닮아 있다. 연구자가 써야하는 글 중에서도 리뷰 반박문 (Rebuttal)은 리뷰어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5000자라는 제한된 분량과 5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도전적인 디자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뷰 반박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에 빗대어 설명해볼 수 있지 않을까? IDEO의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인 공감하기 (Empathize), 문제 정의 (Define), 아이디어 발산 (Ideate), 프로토타입 제작 (Prototype), 그리고 검증 (Test) 단계에 맞춰 리뷰 반박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재구성해보았다.
첫째, 공감하기 (Empathize)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리뷰 반박문을 작성해야 하는 우리의 경우, 사용자는 ‘리뷰어’이고 ‘리뷰어가 내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보통은 관찰이나 인터뷰 기법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우리의 경우 리뷰어들이 잘 작성해준 소견서 (리뷰)가 있다. 일단 잘 읽자.
둘째, 문제 정의 (Define)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핵심적인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 인터뷰를 실행한 후, 심층적인 니즈를 정의하기 위해 정성 코딩 분석과 같은 기법을 활용한다. Gorman (2018) 역시 리뷰어들이 제기하고 있는 이슈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해당 기법을 적용하여 리뷰를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정의된 여러 문제들은 우선순위를 정한다.
셋째, 아이디어 발산 (Ideate)은 앞서 정의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발산하는 단계이다. 리뷰 분석을 통해 정의된 각각의 이슈에 대하여, 내가 제출한 논문의 내용을 근거로 여러가지 반박 전략을 발산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해법을 도출하기까지, 프로토타입 제작과 검증 단계는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세번째 단계에서 발산한 다양한 반박 전략들을 바탕으로 반박문의 뼈대 (개요)를 작성하고,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바탕으로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리뷰 반박문을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