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출발비디오여행> 프로듀서로 일한지 11개월입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출비>를 맡은 것도 성덕이라면 성덕이겠죠?^^ 올해 코로나가 덮쳐 영화계도 어렵지만 <출비>도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하지 못하니 고생 중입니다. ㅋ 빨리 상황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요즘 일주일에 영화를 5편 이상 보고 있어요. 얼마 전에 엄청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야밤에 <데스 체이싱>를 봤는데 진짜 괴롭더라고요. 기분, 취향과 무관하게 엄청 봐야한다는 게 이 일의 어려움입니다만 그래도 다양한 영화를 보니 시야도 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신작을 조금 빨리 보다보니 추천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매거진을 하나 팠습니다. 영화 선택에 참고하시길 바래요.
<다만악에서구하소서>(8월5일 개봉) 리뷰
청부살인업자는 보통 냉정, 비정하며 강인한 이미지로 스테레오타입화되어왔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선 ‘그럼에도’ 밑바닥에 남아있는 인간성이 표면 위로 올라오게 될 때 겪는 혼란 정도가 전형성을 종종 흔들기도 했죠. 그런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황정민이 연기하는 인남에게는 ‘고단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담겨 있어 새롭습니다. 그의 ‘작업’은 세련되지도 않고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하지도 않아요. 어쩌다 킬러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았고 또 그 일밖에는 마땅히 할 수 없는 남자가 꾸역꾸역 살아오다보니 스스로도 피비린내가 지겹게 느껴집니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레이는 말 그대로 인간 백정입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냉혈 인간의 전형이다보니 한편으로 진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상한 연기를 주로 해왔던 배우가 위압감으로 화면을 지배하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합니다. 그는 이병헌, 최민식처럼 극강의 악역으로 증강해가는 트랙을 한참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정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연기 변신한 박정민은 당분간 이슈가 될지 않을까 싶어요. 이 역할은 우선적으로 관객이 영화를 보며 이물감을 느껴 몰입에 방해를 받으면 실패일 수밖에 없는데 그는 극 안에 잘 녹아들어 끝내 연기력을 입증했습니다.
삶에 지친 고단한 살인청부업자는 이제 그만 쉬고 싶겠지만 그가 살아온 과거가 원죄가 되어 그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템포감 있는 액션 씬도 좋지만, 극한의 설정 속에 녹아있는 중년의 흔한 비애가 이 영화의 묘한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