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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 코난 Jan 02. 2022

'일하는' 여성에 대한 단상

책 읽고 단상-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얼마나 야심 찬 제목인가!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라니.


책상 위에 높아두면 누군가 와서 '너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혹은 '아 너는 그런 사람이었구나?!'라며 뭔가의 리액션을 수반할 것 같은 책 제목. 그리고 부제 '여성은 리더가 되길 주저하는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커리어 로드맵에 대한 여러 사유를 담은 책.

회사의 사외이사님이신, 국민대 경영학과 이은형 교수님의 책. 정확히 말하면 회사의 최초의 여성 이사회 의장. 성별과 상관없이 개인으로써 대단히 명예로운 성취인데, '최초'를 달고 있는 '여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른.


책을 선물 받고 첫 반응은 책 커버를 살포시 안보이게 뒤집어 놓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서두에 쓴 것처럼 누군가의 반응이 신경 쓰일까 봐.


조직에서의 일하는 여성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유리천장'이라는 표현은 낯설지 않고, '최초의 여성 이사회 의장'이나 '최초의 금융권 여성 CEO'는 아직도 신기한 소식이기에 '뉴스 가치'를 보장한다. 여성으로서 조직생활을 19년째 하고 있다. 신입 땐 여성이 더 많은 직장이기도 했고, 크게 여성이라서 다르게 대우받는다던가, 여성이니까 어떻다 등의 감각이 없었다. 그러다 이직을 하고 좀 더 큰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고 대부분의 부서의 head들은 남성이고, 회사의 수장도 남성인 그런 곳에서 커리어를 쌓다 보니 결국 느끼게 된 그 유리천장. 그 유리천장이 왜 느껴지는지 책은 여러 가지 연구와 사실을 기반해 풀어내면서, 그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 부순 여러 여성 리더들의 사례를 들어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이야기를 잊지 말라고.


모두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가 되길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삶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혹시나 니 앞에 기회가 있는데 어떠한 사회적 압박이나 관성, 관습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지는 말라고. 그리고 한 가지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 CEO', '남성 이사회 의장'이 뉴스는 아닌 - 그저 gender만으로 뉴스가 되는 건 아닌- 시대에 살고 있기에, 당신이 포기하는 그 어떤 기회가 단순히 너 하나만의 이슈는 아니라고,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이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다는 집단적 '효능감'과 '롤모델'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해 낼 수 있다면 해 내자고 이야기를 한다.


읽고 나서 SNS에 후기를 남기며 내가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남겼더니, 몇몇 후배가 당신은 나의 롤모델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리고 며칠 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남긴 후기를 봤는데 남자인 그분은 유독 주변에 '롤모델'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사람들 대다수가 '여성'이라고 글을 남겼더라. 남자들은 '롤모델'을 찾지 않고 스스로 약간의 과잉과 함께 '내가 잘났으니 잘할 수 있어'라고 하는데 여성들은 '롤모델'을 찾거나 '롤모델'이 될 수 있나 반추하더라는. 뭔가 이 후기를 읽으면서 좀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여성 리더/시니어의 pool이 좁으니 하나하나 뭔가가 다 개척활동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단상이 들었다.


여전히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회사 임원의 30%를 여성으로 채운다면 엄청나게 선진적인 - 요즘 말하는 ESG가 우수한- 그런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대. 여성과 남성이 대강 반반이라고 봤을 때 여전히 반을 채우기 어려운. 한 2년 전이었나, 대기업 공채에 대졸 여성의 입사가 80년대 후반부터 가능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기업 임원이 50대 중반 즈음 보통 된다고 보면, 아마 한 5년 전만 해도 그 나이대에는 입사한 여성 자체가 거의 없고 - 혹은 단순 사무직만 애초에 기회가 주어 졌을 테니 - 여성의 리더십은 더더욱 어려웠을 터.

이제 좀 더 시대가 열렸고, 여전히 50대 중반의 여성 리더는 흔하지 않지만 내 또래 그리고 나보다 10년, 20년 어린 여성들은 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여전히 나의 커리어 로드맵이 누군가의 롤모델과 케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운 기분도 들지만, 사례가 쌓여야 관습이 되고, 그래야 누군가 신기하게 극복한 게 아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history or herstory가 되기에 '지금 현재' 일하는 '여성'이라면 현재를 잘 살아나가면서, 좀 더 야무지게, 남성적으로 세팅된 rule 때문만은 중간에 포기하지 말길 바래본다.


여성과 남성이 모두 공존하면서 스스로 원한다면 모두가 리더가 되는 세상이 자연스럽게 되길. 여성 임원 비중이 30%가 건전한 기업 경영이 아니라, 여성이나 남성이나 충분히 자질이 되고 원한다면 누구나 임원이 되는 그런 세상이 곧 오길 바래보면서 책 표지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다시 내 회사 책상 위에 당당히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음속의 질문과 함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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