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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람별빛 Nov 11. 2021

캐나다 5년 차, 스카우트 제안을 받다

이방인에서 현지인으로 편입되기까지 치열했던 4년간의 기록

오늘 아침, 스카우트 제안을 했던 회사에서 준 파이널 오퍼 레터에 최종 사인을 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받았던 연봉의 2배가 조금 넘는 금액이 찍혀있는 오퍼 레터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고생했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017년 겨울에 캐나다에 첫 발을 딛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해 근무를 하던 중 좋은 기회를 얻어 캐나다 지사에 발령을 받게 되었으나, 기대와 달리 한국인지 캐나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영어실력이 늘기는커녕 늘 제자리걸음에, 본사와 달리 지사는 제약과 한계가 많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해외 지사

그중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 한국 대기업 지사의 입지는 이민자들 기피 1순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다녔던 회사가 캐나다에 오고 나니 숨기고 싶은 한인 회사 중 한 곳이 돼버리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회사를 향한 나의 강한 애사심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은 점차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었고 이를 타계해 보고자 여러 캐나다 로컬 회사에 지원해 보았지만 수많은 탈락한 지원서들을 보고 있다 보니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곤 했다.


드디어 로컬 회사에 들어가다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정말 운 좋게 캐나다 유명 대기업 본사에 취직하긴 했지만, 동료들과 부하직원들이 대부분 로컬 메이저 대학의 학사/석사 출신인 것을 보면서 내 커리어의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석사를 하기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신 적은 비용의 자격증 코스들을 수강하기 시작했고 관련 스터디를 꾸준히 참여해왔다.


또한 한국기업에서 배운 빠릿빠릿한 업무 스킬들을 최대한 발휘해 내가 맡은 모든 일처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끝내 왔다. 영어는 서툴기에 대신 나의 강점인 빠릿빠릿한 일처리로 승부를 보리라 마음을 먹었고 덕분에 직장에서 "해머링 타임"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직장 동료들 뿐만 아니라 임원들, C레벨 분들에게서도 처음에 비해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칭찬을 여러 번 들었고, 그중 한 분이 이직한 직장에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나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온 것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고, 그 임원분께서 나를 그렇게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정말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캐나다 대학 학위도 없고 캐나다에서 일한 경력도 짧지만 이를 넘어서기 위해 내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다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이제 몇 주 후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커리어 여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항상 이방인처럼 느껴졌던 캐나다 사회가 이제는 나를 현지인으로서 나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새로운 여정에서 맞이하는 힘든 고난들을 극복해 나가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 글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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