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스스로 1년동안 무슨일을 했었는지, 이를 통해 느끼고 배운것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전 직장과 가장 큰 차이점은 팀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 신규사업팀에서는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운영 등의 업무가 분담된 8~9명의 인원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지만 이곳에서는 의사결정과 방향성을 정해주는 임원 외에 모든 디자인과 기획 실무는 나 혼자 처리했다.
모든 일들을 맨땅에서 혼자서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려운 만큼 얻는 것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쳐내면서 얻는 경험은 나의 최종 목표인 창업시 더 나은 판단을 하게 도와주고 리스크를 줄여 줄 수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아마지금도 웹/앱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스타트업 창업자들 역시 처음에는 홀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시간의 차이에 의해 업무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초기에 위임하지 않고 혼자 넓은 범위의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요령이 필요하다.
소규모 초기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베이스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을때 효율적인 업무 퀄리티를 낼 수 있었는지 정리해 보았다.
1. Product Designer : 아이디어가 산으로 가기전에 시각화 시켜 설득하기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 단계는 어떤 아이디어와 포인트를 가진 프로덕트를 만들고 실현해나갈지 방향을 잡아나가는 단계였다. 이전 직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사업분야, 아이템이 좋을지 수 개월동안 고민하고 디테일한 시장조사를 통해 사업성을 따져가는 경험을 했었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마켓규모나 시장조사 보다는 개인의 직관이 우선시되는 의사결정을 하였고 덕분에 검토하는 시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실제로 구체화시키는 단계로 가게되어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 물론 아직 둘다 초기단계이기에 어떤 방식이 옳은지 판단할 수는 없다.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프로덕트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동의를 해야하는 상황. 이 단계에서 나는 이전 회사와 개인적인 프로젝트들의 경험을 살려 빠르게 mvp의 핵심 기능이 담긴 시안을 제안했다. 간단한 인터랙션(xd의 스토리보드)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될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High Fidelity Prototype로 개발 이전에 Mvp의 방향을 잡아나갔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나 모델을 이야기하지만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추상적으로 상상할 때와 시각적으로 표현된 자료안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비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point
- 타겟의 문제를 정의하고 명확한 솔루션이 구현된 Product 시안 제안 +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시안 :
디자인 베이스의 경력을 가지고 신사업의 사업기획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면? 사업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고쳐나갈 수 있다.
2. BX Designer: 내 작품이 아닌, 모두 공감하는 브랜딩 만들기
다양하게 제안하였지만 탈락한 시안들
탄탄한 브랜딩을 위해서는 디자이너 스스로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서 다수의 개별 브랜드를 맡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도있게 브랜드철학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브랜딩된 결과물을 통해 2차 결과물 - 웹사이트, 앱, 각종 sns 및 편집물 등이 단기간에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고 높은 수준의 퀄리티의 브랜드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것부터 생각하는 것이아닌, 트렌드한 디자인 스타일과 완성도 높은 레퍼런스들을 참고하여 예상되는 결과물의 톤앤매너를 구현해보고 역으로 철학과 가치를 맞추어 나가는 방식을 사용해야 했다. 이 방식으로 최대한 여러 느낌의 시안을 빠르게 많이 제안하여 사내의 구성원들(사내브랜딩). 또는 시장(B2C 앱서비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나가는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point
- 빠르게 여러 시안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것.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최선으로 제안하기, 받아들여지는 것에 집중하기. 시간의 가성비를 위해 아임웹, 핀터레스트 등의 툴 적극 활용.
3. Product Owner, QA Manager : Product의 완성도 높히기
핵심적인 Product의 문제와 솔루션을 설정한 이후,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앱들을 사용해보고 동일한 맥락의 서비스에서 탁월했던 부분들을 대입하고 조합해보았다. 고도화된 서비스가 아닌 mvp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되도록 많이 트렌디한 서비스들을 써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XD로 먼저 그려가면서 디자인과 프론트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고 파워포인트로 디테일한 정책과 시스템 기획적요소들을 첨부하는 과정이 효율적이었다.
신규사업 진행시 내부 개발자 리소스지원이 힘든 상황이라 외주개발사를 선정해야했다. 개발사 선정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개플랫폼 업체를 통해 구했다. 위시켓, 프리모아, 캐스팅엔 세가지 플랫폼에 기획서 초안과 요구사항정의서를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기능의 레퍼런스를 가진 업체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외주 개발사가 초기 백엔드 개발을 하고 있을 동안에는 내부PM에게 전체적인 일정관리를 맡기고 개발이 필요없는 다른 신규 Product를 제작하거나 미리 마케팅 단계에서 필요한 부분을 준비했다. 개발기간이 막바지에 되어도 진행속도가 느려 중후반부에는 직접 PM으로 참여했다. AOS, IOS, 백엔드, 어드민, 백업 디자이너, QA매니저 까지 포함하여 5~6인의 인원이 zeplin, jira, confluence를 통해 협업하였다.
진행과정에서 외주사의 작업자가 변경되고 일정이 지연되어 어려움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계약시 예상했었던 수준의 퀄리티를 끌어올려 런칭할 수 있었고 현재 초기반응을 확인하는 단계에 와있다.
point
- 디자인은 트렌디한 서비스들을 많이 써보면서 구조를 파악 후 자사 서비스에 맞게 변형하여 활용. 빠른 진행을 위해 기획서 없이 디자인과 세부 기획을 동시에 진행. 외주 개발사 선정시엔 레퍼런스 위주로 확인, 초기부터 개발 막바지까지 지속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 필요
아쉬웠던 부분
- 외주 개발 초반과 중반 부분에 개발사 내부 PM을 믿고 그들이 잡은 스케줄에 관여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절대 외주사는 우리 프로젝트를 자기일 처럼 챙기지 않는다. 최종적인 서비스가 어떻게되든 일정 동안 그들이 생각하는 할당량을 채웠다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계약을 끝내기 위한 저울질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초기문서에 최대한 빠지는 내용이 없도록 기능들을 포함시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하고. 최종검수 전에, 미리 수시로 문서에 정의된 부분들을 대조하면서 체크해야한다.
현 회사를 알리기 위한 콘텐츠와 채용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들을 만들었다. 애드테크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 위주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그 위에 캐릭터나 일러스트를 통해 이해를 쉽게 도왔다. 물론 나는 업계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생소할 수있는 정보들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로 제작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 하는 방식을 택했다.
필요한 상황에 따라 3D디자인 부터 퍼블리싱, 간단한 개발까지 얕고 넓게 경험했다
신규 사업의 서비스에서도 SNS와 이벤트를 위한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CPI를 위한 캠페인을 준비중에 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타겟을 정의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 앱 서비스는 10대 20대 여성들이 주요 타겟이었고 다른 연령층보다 적극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point
- 잠재고객의 니즈.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기. 많이 봐온 크리에이티브 보다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접근하기.
콘텐츠 마케팅을 위해 그린 일러스트들, 그림 그리는 일은 언제나 재밌다
업무의 선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일들을 빠르게 해 볼수 있었던 1년. 그저 후회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고 앞으로도 애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