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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리 Nov 07. 2023

아름다운 것을 본 죄, 그 죄를 나누겠어요

직관적 영화 후기 11. 수라

*모임에서 함께 영화 본 후, 모임 밴드에 남긴 후기 옮겨봅니다.



어제는 벗들과 영화 [수라]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X성님, 진X석님, 천X권님, 김X중님 등 네 분의 동료 작가님들과 절친 정X영, 그리고 저. 6명이 함께 보았어요. 이렇게 떼로 영화를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거나 처음인 것 같습니다. 혼자 영화 보기를 즐기는 저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내가 이런 시커먼 사람들과 떼 지어 영화를 보다니’라는 생각을 잠시 잠깐 했던 것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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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갯벌 ‘수라’의 새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서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오래전 갯벌에 관한 다큐를 만들다 포기했던 영화감독 ‘윤’은 이들을 만나 다시 카메라를 든다. 말라가는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 청춘을 바쳐 이들을 기록해 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행 ‘수라’에 희망의 물길이 차오른다! *


- 이상이 네이버 영화 소개 줄거리구요. 2006년 새만금 간척 반대 운동이 한창일 때 갈등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던 다큐멘터리 감독 ‘황 윤’, 주민과 운동가들의 희생에 좌절하며 촬영을 중단했던 그녀는 10년 만에 다시 카메라를 들게 됩니다. 어린 아들과 군산으로 이주한 후 시민 과학자이자 새만금 기록자인 ‘오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다른 몇몇 새만금 생태 조사단을 만나며 그 현장을 생생히 영상에 담습니다. 무려 7년 간이나 말이죠.



여전히 그들은 관찰 중이고 기록 중, 여전히 새만금을 살리려 환경부에서도 못하는 (혹은 안 하는) 희귀 조류와 희귀 갯벌 생물을 찾아내려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라 할 수 있는 ‘수라’에서 희망을 찾으면서 말이죠. 수라갯벌을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표 앞에서 그들은 다시금 좌절하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여전히 그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8만여 마리의 도요새의 군무를 본 후) 예쁜 것을 본 게 죄라는, 예쁜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동필 씨의 말에 전율했습니다. 세상과 자연을 그런 태도로 대했어야 했다는 생각, 여행작가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맴도네요. 아름다운 죄인이 된 그들은 조사하고 기록하고 행동하며 한 명이라도 더 수라를 찾아올 수 있도록, 영화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지켜보게 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입니다.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 아니 여섯 명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한 저녁이었어요. 우리는 수라를 보았고, 예쁜 것을 보았고, 책임을 느껴야 할 죄인 여섯 명이 된 것입니다. (예예, 이런 말은 저도 오글거려요.)


- ‘영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려다 ‘영상에 담긴 모든 생명이 다 아름답다’고 바꿔 말해 봅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건 인간만이 아니었어요. 지켜보니 하나하나가 다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네요. 도요새의 군무, 갯벌을 들락거리는 홍게, 갯벌에서 태어난 아기 새와 모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 새, 황새, 마도요,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칠면초 등등 갯벌이 있어 생존할 수 있고 비행할 수 있는 많은 생물을 보며. 난 그동안 뭘 보고 살고 뭘 알고 살았나, 그런 생각을 내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영화를 보고 난 후 몇몇 생각들이 오고 갔어요. 비슷한 감동을 모두 받았구요, 국가가 얻은 새만금의 이익은 무엇인가를 궁금해하며 영화에서 그런 부분도 다뤄 줬으면 어땠을까, 의문을 제기한 분도 계셨어요. 지능과 탐욕을 동시에 부여받은 인간이 가장 저급한 생명체인 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저는 잠시 들었습니다. 새만금에 관해 잘 모르고 있던 지식을 전해 주신 분도 계셨구요, 좋은 영화를 함께 봐서 좋았다고들 말씀하셨습니다. (잠깐씩 졸았던 분도ㅋ)


- 백 퍼센트 몰입해서 음미할 수 있는 혼자 보는 영화도 좋지만 또 어떤 영화는 이렇게 함께 모여 보고, 보고 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더 좋기도 합니다. 심지어 시커먼 분들과 함께 일지라도요ㅋ (워낙 마음이 둥근 분들이시니^^) 같이 나누기 좋은 영화, ‘수라’처럼, 한 사람이라도 더 보아야 마땅한 영화가 있다면 시커멓건 시뻘겋건 같이 볼게요.  *반복되는 ‘시커먼스’ 언급 죄송합니다. 조크예요. 좋아서 그래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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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우리 이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서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간지러운 말로 영화 ‘수라’ 감상평을 마무리합니다. ‘수라’에서 시작해 ‘술아~~’로 끝난 뒤풀이 후기는 후에 간단히 올릴게요. 모든 뒤풀이는 자랑 당해 마땅하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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