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인터뷰 by책사모 기자단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향기파는 책방 프레센트(PRESCENT), 최승진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며 그 안에서 향기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책은 당연히 좋아하고요(웃음)
Q. 선물이라는 컨셉이라면 Present이어야 하는데 왜 Prescent인가요?
A. 선물의 Present와 향기의 Scent가 합쳐져 Prescent로 짓게 됐어요. 하하.
Q. 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향기파는 책방 프레센트14는 어떤 곳인가요?
A. 독립서점 프레센트는 책과 함께 조향사가 직접 만든 향기를 파는 곳입니다. 7가지 책들의 주제 또는 주인공으로 만든 향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책장별 다른 테마로, 주인장이 직접 고른 책과 디퓨저를 함께 선물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책과 향에 대한 아이템들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중입니다.
Q. 7가지 향이 있다고요? 그게 무엇인가요?
A. 7가지 향은 모두 다른 컨셉으로 '소외', '슬픔'과 같은 감정과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향 등이 준비되어 있어요.
Q.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A. 예를 들면 <4월의 이야기>라는 영화를 보면 서점이 나와요. 그 서점에 방문하는 주인공과 벚꽃을 엮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향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과 같이 가족 행사가 많은데 이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고민하다가 '어린왕자 향'을 만들게 되었고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책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영감을 받아 사랑을 주제로 향을 만들었습니다. 이런식으로 7가지의 향이 손님들을 반깁니다.
Q. 7가지 향을 다 만나보고 싶네요! 흥미롭습니다! 향기파는 책방 프레센트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과거 향기 마케팅 회사를 다닐 때 대형 서점에서 책과 향수를 콜라보 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책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일을 하다보니 책에 재미를 더하고 향에 깊이를 더하여 선물 형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물음이 프레센트 오픈으로 이어졌습니다.
Q. 그런 프로젝트도 있었군요. 프레센트가 다른 서점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프레센트 14는 새로운 주제의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는 샵입니다. 단순한 책방, 향기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 책과 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선물'이라는 컨셉으로 받는 사람이 책도 선물받고 향기도 선물받아 2배,3배 행복할 수 있게끔 준비되어 있고요.
Q.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습니다. 책방에 들어온 순간 여러 향기가 느껴지는데 이런 콜라보는 국내에서 유일한가요?
A. 그렇다고 봅니다. 누굴 따라하진 않았으니까요(웃음).
Q.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혹 책방 주인은 무슨 책을 좋아할까 궁금해 하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책 또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피천득,김재순,법정스님,최인호 공동 저서인 <대화>라는 책입니다. 조금 오래된 책이긴한데 이 책을 주변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합니다. 추인호 선생님과 법정스님 중심의 담화를 엮어낸 책으로 종교, 사랑, 사회, 인생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 하는데요. 제가 딱 20살이 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만난 책으로 이런식으로 대화한 것이 책이 될 수도 있구나하며 감탄했었어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데도 깊이가 있고 재밌습니다. 살아가면서 평소에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Q. 사실 뻔할 수 있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추천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웃음)
A. 향수 책도 재밌긴 한데...(웃음)
Q. 자신만의 독서 습관도 알려주세요!
A. 저는 책을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 먹듯이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골라 읽습니다. 과학이 읽고 싶을 때는 과학책을, 에세이 책을 읽고 싶을 때는 에세이 책을, 철학이 생각날 땐 철학책을 고르듯이 말이죠. 한 번에 한 권씩 읽는 게 아니라 2~3권을 한 꺼번에 읽습니다. 이 습관은 20살 때 생겼는데 도서관에서 <이방인>과 <향수>를 동시에 골라 번갈아 가면서 읽은적이 있었어요. 향수를 읽을 때는 주인공이 향으로 자신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찾는 모습에서, 이방인을 읽을때는 자기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웃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구절에서 저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었죠. 두 가지 책을 동시에 읽으니 책이 연결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책을 읽는 듯했습니다.
Q. 와! 한 번에 2~3권의 책을 읽으시다니 놀랍습니다. 그럼 장르는 가리지 않나요?
A. 네 없습니다. 사회, 과학, 철학, 에세이, 시 모두 다 좋아해요. 과학과 시를 같이 읽다보면 또 새로운 형태로 연결이 됩니다.
Q. 과학시가 되는 건가요?
A. ....
Q. 하하.. 아무튼 멋집니다. 책도 대단하지만 몸도 너무 좋으신데요. 혹시 운동하시나요?(웃음)
A. 어렸을 때 잠깐 축구를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아요. 아마 타고난 거 같네요. 하하
Q. 부럽습니다. 그러면 프레센트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손님이 있나요?
A. 작은 책방의 장점은 손님에게 책을 직접 추천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프레센트는 향까지 추천해주잖아요? 제가 만든 향 중에 알랭드 보통의 <키스 앤 텔>이라는 책을 보고 만든 향이 있습니다. 그 향을 추천해주었는데 한 손님이 자신은 알랭드 보통 매니아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향은 절대 알랭드 보통과 어울리지 않다며 알랭드 보통에게는 '흙' 냄새가 나야 한다고 열번을 토한적이 있어요. 저는 알랭드 보통의 향을 만든 게 아니라 키스 앤 텔 향을 만든건데.. 그렇게 2시간정도 혼나다가 결국 "제가 잘못했습니다 ㅜㅜ"라고 했어요(웃음). 그런 일이 있고나면 좋은 친구가 되어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돼요.
Q. 아이고~ 같은 향도 맡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가 봐요.
A. 네 맞아요. 향은 주관적이라 누군가에게는 좋은 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네는 좋지 않은 향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대화의 폭이 넓기도 하고요.
Q. 그러면 모든 책에는 향기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럼요. 모든 책에는 향기가 있습니다. 또 프레센트에 오시면 어울리는 향을 추천해 드리고요.
Q.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매출이죠(웃음).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가 책을 읽지 않는 쪽으로 흐르다보니 손님이 넘치지는 않아요.
Q. 앞에 고등학교가 있던데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나요?
A. 저도 그게 참 의아 했어요.. 학생들이 왜 책을 읽으러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니 아마 이 친구들은 서점을 못보고 자랐을 거 같더라고요. 교보문고와 같이 대형 서점만 있을 거라 생각하고 동네에는 책방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할 거 같아요. 그리도 동네 책방이 많이 사라지면서 책방의 역할도 모를 거고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접하는 게 좋다고 보기에 학생들이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구상중입니다.
Q.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향기를 늘리는 것보다는 다양한 제품들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차량용 방향제 같은 것이죠. 일반 방향제와는 달리 종이식으로 만들어 책과 연결 될 수 있게끔 만들려고요. 음.. 문구를 넣는다거나? 그런식으로요. 그리고 모임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독서모임이나 책과 관련된 행사는 '책을 읽는 사람 위주'로 되어 있는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조금 더 쉽게 접하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독섭모임 같은 걸 준비하려고요. 모임에 와서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Q. 책사모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A.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책사모 회원분들 역시 책을 좋아하실텐데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토론은 개인의 성장과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 자연스럽게 함께 독서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조금씩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