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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현정 Dec 29. 2016

나는 아들 맘이다.

꼴통네 아들 성장일기 오리엔테이션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아줌마

나는 아들만 둘 있는 엄마다.

뱃속에서는 발차기 한번 안 해서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 성별에 대한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었던 큰 녀석은 보기 드문 괴짜 장난꾸러기이고, 돌까지 내숭 피다 본색을 드러낸 둘째도 소문난 에너자이저 개구쟁이다.

 

결혼 전에는 나도 골수 워크홀릭에 럭셔리 여가생활을 즐기는 골드미스였다고 자부했다.

비극은 어쩌다 시작된 전업주부로 집에 들어앉게 되면서부터였다.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결정을 내리다니...



응답하라 2005

멈췄던 시계가 갑자기 가속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아이들은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고, 큰 아이의 발은 이미 내 발 사이즈를 넘어섰다.

큰 아이를 품에 안던 2005년 그 설렘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이만큼 큰 것이 마냥 뿌듯하기만 하련만

지나가는 시간이 벌써부터 아쉬운 노인네처럼 궁상이다.



아들 둘 집은 안 봐도 비디오
일찌감치 포기할 건 포기해야 했다.

애초에 성격도 꼼꼼하거나 꾸미기를 좋아하는 편은 못되는 데다 하루 종일 오리고 붙이고 칼싸움에 몸을 날리는 녀석들을 쫏아다니면서는 당해낼 재간도 없다.

집안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 없이 종횡무진하는 두 아들들 틈에서 집중해서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는 일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진걸 보면 아들 엄마 다 된 것 같다.


이젠 너무 깨끗하면 우리 집 같지가 않다.



Growing-son은

우리 가족에겐 추억앨범이고 나와 같은 아들 맘에겐 공감이면 좋겠다.


매일매일 투닥거리면서도

꼭 붙어 노는 형제의 의리와 다툼,

손재주와 아이디어가 탁월한 두 아들의

놀이가 가득한 하루,

타임머신으로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는 일 모두가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이 나와 같은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가 선물한 소중한 유산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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