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Bigstar Apr 03. 2022

팔지 말아야 할 것을 팔고자 꿈꾸는 남자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의 신작 블랙코미디 <레드 로켓>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퇴락한 포르노 배우 마이키(사이먼 렉스)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고 얄팍한 채로 허황한 재기의 꿈을 꾼다.

뻔뻔하게 떠나서 상처만 남겼던 전처의 집에 빈털터리로 돌아와 기생하며 대마초를 팔아 푼돈을 모으고, 도넛 가게에서 눈에 띈 레일리(수잔나 손)에게 접근해서 눈과 몸을 맞추고 함께 헐리웃으로 가서 포르노 배우가 되자며 꼬드긴다.

찌질하고 뭐하나 온전하지 못한 마이키가 벌거벗은 질주를 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꿈은 이뤄질까?



표면적으로는 허술한 인간의 혀를 끌끌 차게 하는 모양을 담은 코미디로 보이지만, 슬쩍슬쩍 끼워 넣은 TV 뉴스 속 대통령 트럼프의 연설 장면이나 마이키의 장모가 즐겨보는 TV 법정 쇼 장면을 보자면 미국의 현실에 대한 션 베이커의 시선이 고스란히 읽히는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비주류 백인과 지하세계에서 약을 파는 흑인, 노동하는 히스패닉계가 뒤섞여 하루하루 살기 급급한 메마른 풍경엔 트럼프가 떠들듯 무지개가 그려지지도 않고, 법과 제도의 보호막도 없어 보인다. 미디어로부터 눈을 떼지도 않고 맹신하는 이들이지만 정작 곁에 있는 실체는 알아채지도 못한다. 엉성하고 이상한 세상, 망상을 현실이라고 믿고 허황한 꿈을 꾸며 팔지 말아야 할 것들을 팔아서 돈을 버는 세상이다.



마이키가 약 팔아 모은 푼돈으로 생색을 내며 전처와 장모를 데리고 간 도넛 가게 이름은 '도넛 홀'이다. 도넛 가운데 구멍을 내면서 자연스레 떨궈진 볼 모양의 반죽을 도넛 메뉴로 만들어 파는 이름도 '도넛 홀'이다. 이들은 이 이름이 이상하다는 대화를 나눈다. 홀은 도넛에 있는 것이고 이건 도넛 볼이라면 모를까 도넛 홀이란 이름이 가당하냐는 것이다. 실체와 너무 다른 이름을 갖는 도넛 홀과 실체와 사실로부터 슬쩍 벗어난 트랙을 현실이라고 믿으며 꿈을 꾸는 사람들의 모양이 꽤 닮았고, 그것이 이 영화를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만든다.



B급 영화와 패러디 영화배우로 커리어를 쌓아온 사이먼 렉스는 이 작품에서  인생 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이 영화로 2022년 미국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TV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가 수상한 그 영화상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활동했던 보이그룹 N Sync의 Bye Bye Bye가 영화에 철떡처럼 쓰인다. 오랜만에 영화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 노래다.





작가의 이전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쓸쓸한 이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