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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아가야

코로나 검사

오늘 영유아기관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말로만 듣던 검사를 받으려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코로 무언가를 집어넣는다고  아플 거라고 주위 사람들이 말했기 때문이다.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 있다가 나온 바깥은 계란 프라이도  익힐 것처럼  뜨거웠다. 좀처럼 땀이 나지 않는 나인데 마스크 속 인중에 땀이 송송 맺혔다. 벗을 수도 없어서 계속 보건소 가는 이정표를 따라 걸어갔다.


회사 근처에 있는 한 보건소에 도착하니 마당에 선별 진료소가 보였다.  천막이 져있고 의자가 놓여 있었다. 평소 지나가다 선별 진료소가 보이면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도착하자마자 한 여성 검역관이  무슨 이유로 검사받으러 왔느냐고 묻더니 제일 먼저 QR 코드로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손 소독 및 비닐장갑을 끼라고 했다.


그리고 신분증을 들고 대기석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도가 웃도는 폭염 속에 검역관들은 두 눈만 내놓고 검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방역복을 겹겹이 껴입은 모습은 영락없이 우주선 안에 날 수 없는 우주인이었다. 마스크만 해도 답답할 지경인데  두 배 세 배 고역일 것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내 앞에 있던 엄마랑 같이 온 한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창가에 앉은 한 검사원이 아이에게 " 얘야~무섭지 않아 아프지 않아".. 아무리 말을 해도 아이는 엄마 손을 뿌리치며 달아나려고 했다.

두 세명이 달라붙어 발버둥 치는 아이의 콧물을 겨우 채취했다.  


아이는 검역관들의 모습이 낯설고 면봉이  공포스러웠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에겐 이 과정을 겪고 몸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억울함이 폭발한 건 아닐까. 꾹꾹 눌러가며 살고 있는 것이 기특하고 가여웠다.

그리고 내 차례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 먼 산을 보다가 앞사람의 동태를 살피다 나도 아이의 마음이 되었다.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한 척 가는 사람

아프다고 역한 표정을 짓는 사람

별거 아니네 무감각한 사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병이 돌아 세상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가마니로 사람을 덮거나 땅에 묻고 그 마을을 불사르던 아수라장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불려지고 1분도 채 안되어 입과 코로 쑥 뭔가가 들어왔다 나갔다. 피하고 싶었던 검사는 쉽게 끝났다.  최초의 코로나 검사였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가 되어 격리가 되고 사망자도 늘어났다.  식당은 10시 문을 닫고  모임은 6명 집합 금지이다.

다행히 백신이 생겨나  활발히 접종 중이다.

그럼에도 매일 질병본부에서 날아오는 문자는  폰을 정신없이 두드린다. 확진자수는 쉴 새 없이 늘어만가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제 놀랍지도 않고 무감각해졌다.

 

코로나는 너와 나만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극복 해내가야 할  과제이다.

가리고 떨어져 있고 거리를 두면서 조심해야 한다. 신은 우리에게 분명 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모두는 흐르는 강물을 역행시킬 수 없는 또 다른 곳에 서 있다.

그러니 다음 세대가 더 이상 울음을 터트리지 않도록 다 같이 과제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면 숨이 차고 아이들에게 표정과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아 속상하다. 그러나 괜찮아질 거야..  그럼 그럼 긍정하려고 노력한다.  

이 또한 분명 지나갈 것이다. 하얀 이 드러내며 활짝 웃는 그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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