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돌아가셨대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할머니가 꾹꾹 눌러담은 외로움 상자가 터져버렸다고 생각했다 니 아부지 술마시고 온 날은 나 목숨이 긴 것 같다 어서 죽어야하는디 니 아부지 앞으로 날아온 독촉장을 보믄 애가 터진다 여든세 해 동안 큰아들 걱정하며 부려먹은 당신 고관절이 무너진것 보다 큰아들이 중해서 남들에게 무시받고 숭한 대접받는 게 가슴아프다고 전화하던 할머니 나는 그 잘난 영어공부한다고 시험본다고 애들 핑계를 대며 동서울터미널 장호원행 버스표를 사지 않았다 한데에 내버려진 슬픔에 젖은 친정이 멀기만 했을 때 모른척 하고 싶은 날들일 때 할머니는 세상문을 닫고 하늘문을 열었다
유리장 안 백설공주가 된 할머니 앞에 외롭게 해드린 죄로 목놓아 불러보는데 미안해요 사랑해요 말할 자격도 없는데 사랑하는 법은 가르쳐 주었으면서 이별하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은 할머니 그 다정한 목소리가 심장을 타고 흐를 뿐이었다. 하늘문에서 내리는 눈물이 그치지 않던 십오년 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