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 May 18.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크리스마스에 에펠탑 아래서 만나자."


  친구 진화가 6월에 프랑스로 떠난다.


  1년 워홀로 가는 건데 이전에 파리에서 학생으로 1년을 살았던 친구다. 그녀를 대단하게 생각한 건, 20대 초반에 500만원을 갖고 파리로 가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500만원을 다시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다.


  난  이 친구와 함께여서 아프리카에 있었을 때도 겁 없이 '잘 싸돌아' 다녔었다.

 

  그 일화 중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삘빠'라고 줄여서 부르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수다떨며 한참 놀다가 밤이 깊어져 집으로 돌아가려고 레스토랑을 나섰는데 그 시각 그 길엔  택시가 잘 안 잡혀 대로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길이 그 길 같고 그 길이 이 길 같은 토고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대로가 나오는지 헷갈렸고 그나마 밝아보이는 거리를 향해 걸었는데, 걸으면 걸을 수록 이상하게 차들이 더 드물게 보이자 걸음을 멈추고 한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보니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가나 국경'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겁이 날만 한 상황이지만 당시엔 서로 마주보며 그 상황이 재밌다는 냥 깔깔 웃었었다.


  둘 다 정말 겁이 없는 걸까?


  난 뚜껑이 열릴 때만 겁을 느끼는 신경세포들이 확 증발해버리는 것 같다.

  이전에 에펠탑 근처 잔디밭에서 내 맥주를 훔친 술 취한 홈리스랑 멱살잡이를 한 적도 있고, 포켓볼을 치는 와중에 중동남자 무리 중 한 명이 내 사진을 막 찍어대 불쾌해서 그 남자들과 말다툼을 한 적도 있다.

  이런 건 자랑이 아닌데...


  어쨌든 길치에 방향치인 난 그녀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이미 실성했을 거다.


  요 며칠 전 비온 날 그녀와 맥주 한 잔 기울이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즐거우면서도 무겁게 얘기를 나누던 중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녀가 대뜸


  "크리스마스에 에펠탑 아래서 만나자." 라고 했다.


  나는 진담으로


  "그 때 남자친구랑 있을 거다!" 라고 말했다.

(하아- 그 때까지 꽁꽁 숨어있는 게 분명한 내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꼭 그 날이 아니더라도 에펠탑 아래서 그녀를 만날 거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


  아마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가게 될 거 같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 가운데로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30살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