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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Jan 15. 2017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너 거짓말쟁이야!



참 오랜만에 글을 쓴다. 이 곳에서의 생활이 정말로 즐겁고 만족스러워서, 또 내 인생 최대의 방해꾼인 '귀차니즘'양이 떡하니 버텨 그랬다.


어제는 스페인 친구들(내가 발음은 무시하고 편한대로 '기아모'라고 부르는 친구와 어제까지 딱 두 번 만난 호세)과 불금을 보냈다.


기아모는 같은 반이었던 친구인데, 며칠 전 자기 절친인 호세가 영어공부하러 코크에 왔다고 같이 맥주를 마시자고해서 나갔다.


사실 외로움에 사무치는 솔로로 지낸지 꽤 돼서 기아모가 잘 챙겨줄 때마다 심쿵심쿵한 적이 많이 있었다. 근데 요 녀석이 헷갈리게 할 때가 너무 많다. 같은 반이었던 다른 스페인여자도 기아모가 날 좋아하는 거 같다고 다른 한국여자한테 말한 적이 있었고 그걸 전해들어 진짜 걔가 날 좋아하나 했는데, 아닌 것 같다. 걔가 직접적으로 고백한 게 아니라, 그 스페인친구의 추측에 불과하니 말이다.


어쨌든! 기아모의 친구를 만나러 펍에 갔는데

세상에나 너무 예쁘게 생긴 남자가 떡 하니 있는 거였다.


있는 없는 지식 총출동시켜서 스페인축구, 한국축구 이야기도 하고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스페인어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호세가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 아무 계획 없다고 뻥을 쳤다. 사실 브라질친구들을 만날 계획이 있었는데 확실하게 날짜나 약속을 딱 정한 게 아니었기에 그냥 없다고 했다.


그러니 호세가 같이 놀자며, 또 기아모가 춤추러 Crain Lane이란 펍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기아모가 Youtub*으로 '레게동Reggeton'이라는 춤을 보여주며 이렇게 추는 건데 출 수 있냐고 물어서 못한다고 했고(사실 엉덩이를 씰룩씰룩 하는 건 쬐끔 한다. 푸하하하) 그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금요일, 나는 한껏 치장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1차로 Old oak라는 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여행이야기를 하다가 중국도 여행해보고 싶다는 호세의 말에 중국 화장실엔 칸막이가 없는 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곤 한국으로 놀러오라며 한국은 안 그렇다고 했다. 그들은 한국엔 당연히 갈 거라며 약속했다.

Old oak화장실 문에 새겨진 여러 이름들.

 두 잔 정도로 마무리하고 2차로 Crain Lane으로 출동! 많은 사람들이 정열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 우리도 그들과 합세했다. 난 그들과 번갈아가며 춤을 췄는데(이 무슨 횡재인가!) 밀착해서 추는 춤이라 몸을 가누기가 좀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은 날 잘 이끌어줬고, 난 춤과 음악을 즐겼다.


다시 맥주를 마시러 잠깐 자리로 돌아가는데 기아모가 내게 다가오더니

"너 거짓말쟁이야! 레게동 못춘다더니 잘 추잖아!"

라고 하는 거였다.

호세도 합세해 "너 춤 잘 추는데!"라며 목소리를 보탰다.

내가 볼 땐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춤을 잘 춘 건 아닌데 정말로 그들은 내가 목석처럼 추는 줄 안 모양이었다.

오전에 또 거짓말쟁이라며 문자를 보낸 기아모

호세가 내게 다가와 다시 춤을 청했고 난 또 음악에 몸을 던졌다. 그가 약간 노래와 분위기에 취했는지 춤을 추다 날 꼭 껴안으며 다정한 말들을 했고 난 또 심쿵하고 말았다. (아! 호세야! 나 너한테 반할 수도 있어!)


아무튼 간만에 또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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