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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애 May 16. 2021

무엇이 아름다운가

KBS 다큐인사이트 <인생정원 1편. 아내의 정원>

We need contents! 
Live better with contents! 
콘텐츠 없이 살 순 없겠더라고요. 즐거움도 있지만, 콘텐츠 덕분에 비로소 인생이 인생답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가득하니까요. 우리 삶에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 콘텐츠로 우리 삶이 변하는 모습, 콘텐츠가 삶과 이어지는 방법,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름답다! 나는 이 말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생각해보았다. 하와이 카일루아 비치를 방문했을 때. 파란 하늘과 그것을 비춘 에메랄드색의 바다와 그 속에서 집중하며 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아름답다! 라고 외쳤었다. 또 엄마가 거의 온전하게 흰머리를 기르셨을 때가 떠오른다. 엄마가 흰머리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며 귀엽게 포즈를 취했을 때 나는 엄마한테 아름다우시네요!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영화 <라라랜드>. 세바스찬과 미아가 즉흥적으로 마음이 맞아 춤을 출 때 아름답다! 라고 했다. 이 외에도 여럿 순간들이 떠오른다. 풍경과 단장, 사랑의 순간에 나는 아름답다를 주로 쓴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BjqPpc32w


"아름다운 것을 봤어요. 행복했어요"


<아내의 정원>에서 아내는 자연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꽃과 동물이 가득한 공원을 두고 하는 말이니 굳이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녀는 시각으로만 '아름다움'을 판단하지 않는다. 아름답다는 말 다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에 주목해본다. 아름다운 것들 덕에 그녀는 행복하다. 행복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다. 내가 앞에서 쓴 '아름답다'는 내가 아닌 다른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아내의 정원>에서 아내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내는 정원을 키운다. 가꾼다가 아니라 키운다. 아내는 꽃을 자식처럼 여긴다. 꽃이 농약 속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와 함께 자라길 바란다. 그래서 꽃을 매일 돌본다. 
아내가 정원을 키우는 이유는 고향집이 그리워서다. 아내는 피란민이다. 그래서 고향에 다시 갈 수 없다. 기억 속에만 있는 고향집의 들꽃을 자신의 정원 안에서 다시 구현한다.
아내는 여린 꽃을 보며 약한 자신을 떠올린다. 동시에 자신을 안아준 남편도 떠오른다.


정원 속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아내와 관련되어 있다. 아내는 자연을 즐기기 위해 정원을 가꾸는 것이 아니다. 그곳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예술의 공간이자 그리움을 가까이 두고 자주 꺼내려는 의도이자 여린 자신과 함께 흔들리고 극복하는 존재다. 그렇게 40여 년이 흘렀다. 아내와 자연은 동기화되어 있다. 


나는 자연을 나와는 다른 존재로 바라보아 왔다. 그림처럼 감상하듯 그저 즐기기만 했다. 자연이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임을 깨닫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건 내가 아닌 남을 보고 하는 말이니까, 계속 내 것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두고 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것을 통해 나는 행복한가? 아름다운 것이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내게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임을, <아내의 정원>을 통해 깨달았다. 

하나 더, <아내의 정원>에서 보여주듯 자연은 시각적으로 체험하듯 즐기는 대상만은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면, 우리는 자연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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