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크레센도>*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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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해결되면 참으로 아름답다. 더 나은 관계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잘 풀렸을 때, 그다음부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 배려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무언가 거슬리다 생각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즉각적인 반응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타당하지만, 지속되면 그만큼 나를 찌른다.
하지만 살다 보니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니, 갈등을 해결하는 건 오히려 극소수고 대부분의 갈등은 풀지 못한 채 그대로 덮어두게 된다. 갈등이 이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진심을 보여주지 않아서, 진심을 보여줘도 받아주지 않아서, 서로를 오해하는 시선을 거두지 못해서, 손해 보기 싫어서 등등... 어쩌면 우리는 갈등을 해결하지 않기 위해 여러 이유를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나의 안전 영역에서만 살아가겠다는 것과 같다. 혹은 무시하고자 한다. 하지만 무시하더라도 갈등은 여전히 나를 둘러싸고 있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인간은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며 처리해야 할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여기에도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이 있다. 영화 <크레센도>는 이들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다. 국가 대 국가라는 큰 산이 아니라, 20여 명 정도의 작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는 평화 콘서트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뽑는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콘서트를 준비한다. 그 과정 속에서 화해를 노린다.
분명 극이다. 그럼 극적으로 갈등이 해결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다. 그리고 픽션이면 개연성 있게 갈등이 화해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영화 <크레센도>에서 갈등은 폭발-중재-해결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되는 것 같다. 그래서 중재와 해결이 약간 개연성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큰 갈등이 중재 하나로 해결될 리도 만무하고, 해결되어도 곧 다시 갈등이 폭발할 것이 예측되다 보니 잠깐의 해결은 갑작스럽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봉합이 이해되는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이다. 어떤 사건으로 평화 콘서트는 취소가 된다. 서로를 향한 갈등은 다시 폭발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각자 국가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뉴스에선 '평화 콘서트가 취소됐다'는 앵커 멘트가 나온다. 그때 갑자기 한 사람은 연주를 시작한다. 칸막이 너머의 다른 이들도 그에 맞춰 연주를 시작한다. 그렇게 콘서트가 공항에서 열린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다 함께 연주는 했지만, 마음의 앙금은 분명 남아있다. 그래도 연주는 할 수 있다. 분명 자발적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기에 진심이었다. 이건 갈등이 해결된 거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역사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남았다. 하지만 이들에겐 함께 합주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경험이 쌓였다. 과거와 다른 시선이 서로에게 자리한다. 공항에서의 연주는 새로운 마음에 충실한 것이다. 거대하고 큰 갈등은 해결할 수 없지만, 연주를 못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상대를 국가 안에 두면 화해가 어렵지만, 함께 연주하는 단원으로 보면 화해는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해결되지 않았는데, 잘 지낸다는 건 분명 위선으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크레센도> 속 마지막 연주는 위선이 아니었다. 어쩌면 어떤 갈등은 해결하기 너무 크고 어려워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 콘서트'란 새로운 설정은 서로에게 다른 관계를 맺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갈등의 해결은 개연성 없이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대화와 노력이란 이상적인 과정을 통한 해결보다,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하게 다가가게 되는 상황.
여전히 갈등을 처리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영화 <크레센도>는 그래도 어렵지만 좀 더 나아지기 위해 그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