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가 여행을 계획하는 당신에게
요가 여행을 떠나려는 목적
몇 년 사이에 요가 여행이 꽤나 유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10년 전에 인도로 여행을 갈 때만 하더라도 요가는 아침에 넣어둔 맛보기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10년 후 요가만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과 돈을 쓰러 인도로 여행을 떠난 나를 봐도 이제 더 이상 요가가 맛보기 10분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요가 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다양하다. 요가를 좋아해서 여행을 떠나 몸과 마음을 요가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 테마 있는 여행 중 하나로 요가를 선택한 사람, 해외 요가 자격증 취득을 위해 떠나려는 사람, 명상을 통해 참된 자아를 만나고 싶은 사람 등 각자 이유가 있을 거다. 나는 위에 언급한 모든 이유로 요가 여행을 떠나고자 했고 그중 국제 요가 자격증이라는 목표를 두었다.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종이를 위해 그 당시 거주하던 중국과 돌아가야 했던 한국 그리고 그 외의 태국 치앙마이, 코팡안,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과 인도 중 어느 곳이 가장 적합한 곳인지 찾고 또 찾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통에 이것저것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결국 인도로 결정하고 중국에서 인도로 떠났다.
어떤 이유를 가지고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해외로 요가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에게 이 글을 권한다. 읽고 나서 조금은 명확해진 마음으로 떠나길 바란다.
북인도 vs 남인도
북쪽을 가야 할까 남쪽을 가야 할까
몇 줄로 요약했지만 어디로 갈지 몇 날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인도로 결정한 후에도 선택해야 할 사항은 끝이 없어 보였다. 어느 지역으로 어떤 요가를 어느 선생님께 어디서 어떻게 언제 받을지, 모두 선택해야 했다. 일단 북인도로 가야 할지 남인도로 가야 할지 정하기로 했다. 인도 요가를 검색하니 눈에 띄는 지역이 있었는데 이미 많은 요가인이 다녀가 요가 마을로 불리고 있는 북인도 리시케시. 주변에 인도로 요가 수련을 다녀온 요가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그곳에 다녀왔다고 하니 북인도 리시케시는 요가의 성지라는 게 확실하다. 모두 실력과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한 선생님들이라 나도 따라서 리시케시에 가면 될 것 같았지만 마음은 리시케시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북인도가 싫어서. 대학생이 되기 전에 다녀온 북인도를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북인도를 여행하는 동안은 재미있고 신났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는 일기를 이렇게 끝맺었다. 재밌고 유익한 여행이었고, 인도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 마침표. 북인도에서 모래를 먹어가며 15시간 연착된 기차에서 여행이자 고행을 할 때 마주친 외국인 여행객이 있었는데 남루한 거적때기 같은 걸 걸치고는 우리에게 남인도를 꼭 가라고 일러주었다. 그 말이 기억나자마자 무언가 깨우친 듯 북인도는 깨끗이 잊고 남인도를 검색했다. 젠장, 검증된 지역을 포기하자 다시 미지의 정보 숲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남인도 마이솔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수련을 하러 간다. 거기가 어딘지도 잘 모른 채.
만약 인도 여행의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모든 지역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북인도 리시케시를 추천한다. 리시케시가 지금은 많이 상업화되었다고는 해도 요가 여행을 처음 하는 곳으로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일단 많은 요가인이 찾는 곳이라 그만큼 머물 방이나 요가원을 고를 때 정보를 얻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인도를 제외하고 싶은 분에게는 남인도 마이솔을 추천한다. 리시케시도 마이솔도 모두 큰 도시가 아닌, 요가를 수련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하나의 마을 같다는 느낌이다. 만약 북인도와 남인도 말고 다른 곳을 가고 싶다면 고아도 추천한다.
요가원 알아보기
목적
자신의 목적이 명확하면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목적을 정하면 우선순위를 두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국제 요가 자격증이 목적이었고 신뢰 있는 교육기관과 요가 선생님이 우선순위에 있었다. 그렇기에 후기가 좋고 여러 차례 요가 강사 코스를 진행한 곳을 선택했다. 목적에 따라 요가원의 종류가 바뀌기도 한다.
요가원 종류
아쉬람
명상이나 요가 수련을 하며 머무르는 곳으로 규율이 비교적 엄격하다고 들었다.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고 선택지에서 제외해서 정보가 없다. 진지하고 엄격하게 수련해보고 싶은 분은 지역을 고르고 아쉬람 검색을 해보면 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다. 기간이 일반 요가 수련보다 길고 자격증은 따로 없다.
숙식을 포함한 요가원
숙식을 포함한 요가원은 대게 자격증 수업을 하는 곳이고 인도에서는 한 달 또는 두 달 동안 자격증을 위한 코스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내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환경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중에 나간 사람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실제로도 목격했다. 하루 세끼를 요가원에서 먹어야 하니 음식의 질도 중요해서 미리 체크해보았고 머무는 방이 너무 더러워서 바퀴벌레를 목격했다는 리뷰가 있으면 그 요가원은 일단 선택지에서 제외하였다. 커리큘럼은 요가원마다 내용이 비슷하고 선생님은 자주 바뀌는 것 같아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원장님이나 자주 바뀌지 않는 선생님 위주로 구글에 영어로 검색해보았고 그중 부정적인 리뷰만 골라내어 선택에 참고하였다. 그렇게 선택한 요가원은 4층짜리 건물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제 요가 자격증 코스를 위해 건물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낮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아담한 풀밭을 지나면 신발을 벗고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문을 열면 거실 같은 곳이 나왔는데 그곳에서 가끔 모이기도 했다. 더 들어가면 좁은 복도에 양 옆으로 방이 있고 부엌과 식사하는 공간이 있다. 2, 3층은 모두 방이 있었고 1인 실과 2인실로 나뉘어있다. 방 사이로 층마다 수업 공간이 있었고 4층은 하나의 큰 홀로 아침저녁으로 요가 수련을 했다. 볼 때마다 원장 선생님은 사업 수완이 참 좋구나 느꼈다. 등록할 때 20만 원 정도 차이나는 가격에 무조건 저렴한 2인실을 선택했다. 입실을 다른 친구들보다 며칠 빨리하였는데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20만 원보다 1인실에서 수련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바꾸었다. 운이 좋게도 1인실이 딱 한자리 남아있었고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아직까지 생각한다. 수련과 수업이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데 방 안에 항상 룸메이트가 있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수업만 하는 요가원
자격증 수업과는 다르게 선생님 위주로 고를 수 있다. 집중하고 싶은 수련의 종류(아쉬탕가, 하타, 인요가, 비크람, 아헹가, 명상 등)를 정하여 선택을 좁히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운영하는 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요가원을 고르면 된다. 숙식을 제공하는 요가원보다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 요가원이 더 많다. 직접 방을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요가원을 골랐다면 요가원에서 가장 가까운 혹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는 방을 구해야 한다. 아니면 아침마다 가기 싫어질 테니. 나는 강사 자격증을 따는 동안에는 방과 밥이 제공되는 요가원에서 지냈지만 그 전과 후로는 마이솔 고쿨람 지역에서 요가 수련을 하기 위해 방을 따로 구해서 지냈다. 처음에 방을 구하게 된 경로는 순전히 운이었다. 무작정 짐을 들고 카페에 앉아있었는데 우연히 만난 중국인 또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떨결에 방을 구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고쿨람에 두 번째 오는 거라 이미 방을 구하는 인맥이 있었고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인도인과 짧은 인사를 하고 캐리어와 함께 냉큼 올라타 내가 머무를 수 있다는 방으로 갔다. 한번 쓱 둘러보고 현금을 주고 열쇠를 받았다. 계약서 같은 건 없었는데 불안하다면 받아놓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고쿨람에 자주 오는 수련생들은 모두 인맥이 있는 것 같았고 값도 내가 지불한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요가원을 구할 때 꼭 영어로 선생님 후기를 읽어보고 가는 게 좋다. 미투 운동이 요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가기 전에 수련을 하려는 목적이나 궁금한 점을 메일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방 구하는 방법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구하거나 에어비앤비 사이트 혹은 직접 발품을 파는 방법이 있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구하는 방법은 처음 가는 사람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일단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로 며칠간만 예약을 해두고 직접 가서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앉아서 정보를 모으거나 직접 둘러보며 방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비어있는 방이 있으면 종이에 적어 붙여놓으니 보이면 직접 들어가서 방을 보겠다고 말하고 마음에 들면 흥정을 하면 된다. 불안하다면 에어비앤비로 장기 투숙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어 흥정할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건 요가원과의 거리다. 지도에서 보고는 길을 잘 모를 수 있으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지 교통이 편리한 곳인지 꼭 확인하도록 한다.
비용, 얼마나 들까
개개인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에 한정해서 말해보겠다. RYT200(국제 요가강사 자격증 200시간) 기준으로 내가 직접 알아보았던 한국, 인도, 중국, 발리의 금액이다. 직접 검색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한국
수련생들이 본업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주말 내내 또는 하루를 6-10주 동안 진행하는 요가원이 대부분이다. 6개월 동안 진행하는 곳도 있으니 요가원마다 스케줄을 확인해보아야 한다. 자격증 코스 비용은 평균 300-400만원이다.
인도
숙식이 포함된 요가원은 한 달 동안 꽉 채워진 스케줄로 움직인다.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요가원을 벗어나는 경우가 없었다. 비용은 모두 포함해서 150-250만 원으로 요가원과 환율에 따라서 달라진다. 숙식이 포함되지 않은 요가원은 수업료만 100만원 정도 한다. 250시간 진행하는 곳도 있고 다른 수업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확인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숙식이 포함된 비용이라고 해서 그 이외에는 비용이 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빠듯하게 준비했다가 ATM을 여러 번 다녀온 경험으로는 생각보다 돈 쓸 일이 많으니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중국
내가 다니던 요가원은 인도인 선생님이 운영하였고 숙식은 제공되지 않으나 인도처럼 한 달 동안 꽉 채워진 커리큘럼으로 진행했다. 가격은 270만원이었다. 상해에서는 대부분 한국과 비슷한 스케줄과 가격으로 진행된다.
발리
가장 가보고 싶었는데 가격이 400-500만원 정도라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숙식이 포함된 경우가 많았고 음식도 로푸드나 채식 위주였다. 유튜브에서 외국인 요가 강사들이 직접 체험한 발리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 콘텐츠가 많았다. 댓글이나 메일로 정보를 요청하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유튜버가 많아 그중 한 코스에 문의한 적도 있다.
요가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 뭐하고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돈과 시간을 들여서 국제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면 뭐하나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간단히 근황을 전하려 한다. 일단 나는 요가 자격증을 따는 게 무척 두려웠다. 인도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요가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내는 것도, 전공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는 것도 모두 처음이어서 해도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요가를 할 때도 요가는 취미일 뿐이에요 라며 스스로 요가 자격증과 선을 긋고 다녔다. 그래서 처음에 알아보면서도 내가 이걸 해도 되나 싶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해도 된다 그리고 할 수 있더라. 동시에 이것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더 큰 깨달음도 얻었다. 내 몸과 마음을 더 깊이 돌아볼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도에서 얻은 건 그거였다. 자격증 하나로 바로 내 인생이 바뀌지는 않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요가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짧게 언급만 해보겠다.
포르투갈에서 다시 만난 리스본에서 나고 자란 S는 RYT 200를 수료하고 RYT 300까지 수료한 어드밴스 요가 수련자다. 그녀는 요가 수업에 회의가 들어 지금은 리스본에 있는 한 회사에 다닌다. / 처음 만남에서 끝까지 인사하며 지냈던 중국인 친구는 현재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며 요가 수련을 취미로 이어가고 있다. / 우등생이었던 호주인 A는 아시아 국가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살고 있었는데 본업을 그만두고 요가 선생님으로 전향하였다.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에 거주 중이다. / 가끔 안부를 전해오는 인도인 M은 인도에 있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같은 길을 가는 건 아니다
국제 요가 자격증을 따야 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걸 취득할 수 있는 곳은 많다.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요가 여행을 떠나기는 어렵지 않다. 정보가 부족해서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 혹은 이유가 부족하여 떠나지 못하는 편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누구나 요가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 요가 자격증만 따면 바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모든 일에서 그렇겠지만 내가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지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요가 선생님으로 수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가 여행으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단지 쉼표를 찍고 머무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고민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