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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Aug 30. 2020

무월경의 불안

피 걱정에 피검사를 했다

원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해야만 하는, 할 때는 불편하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하면서 안 하면 불안하게 만드는 그건 바로 매월 일정기간 몸에서 피가 나오는 생리다. 초경 후 규칙적인 생리를 하는 편이었다. 가끔 체력이 떨어질 때는 한두 달 건너뛴 적도 있었지만 큰 이상 없이 되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위장장애를 지독하게 앓고 난 후, 생리가 멈춰버렸고 무려 3년 동안 무월경으로 고생 중이다.


병원의 덫에서 건져 올린 건...
왜 방치했어요?

방치한 건 아니었다. 3년 동안 난 적극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역류성 식도염과 위장장애가 심해서 생리가 멈춘 건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잠을 거의 잘 수 없을 정도로 소화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서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잔 날은 많이 잤다 치는 날이었으니까. 새벽에 갑자기 숨이 막혀서 눈이 떠지고 잠을 이룰 수 없어 꺽꺽거리다가 눈물이 나곤 했는데 이런 나날이 지속되면서 생리가 안 나오는 건 오히려 편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일 년 동안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잘 먹지 못했고 10킬로가 빠져버렸다. 이렇게 난 악순환의 고리를 돌고 있었다.


무월경의 여정


2017 - 내과에서 내시경부터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큰 이상이 없다며 내 병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사들에게 똑같은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시고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현대 사회에 위장장애 없는 사람 없어요." 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죽겠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이야기만 들으니 사방이 막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병명이 딱 정해지면 희망이라도 보일 텐데 내겐 희망이 없었다. 그저 예민한 성격을 탓할 뿐.

2018 - 이미 길어진 병세로 힘이 빠져버린 나에게 운동은 무리였고 물 조차 소화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건 고역이었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 살아보겠다고 각종 소화제와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싸들고 중국과 인도로 떠났다.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분이 호전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2019 - 베를린으로 가기 전 산부인과에 갔고 호르몬 약을 처방받아 규칙적으로 생리를 유도했다. 그렇게 6개월간 복용 후 약을 끊고 두 달간 월경을 했지만 그 후로는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아 두려웠다.

2020 - 생리가 멈추고 세 달이 지나자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이번에는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아 출혈을 유도하자고 했다. 이때 나오는 피는 생리가 아닌데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없었다.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피부과를 다녀야 했다. 주사를 맞고 출혈을 시작했지만 일회성이었고 베를린에서 먹었던 약을 다시 복용하기로 했다. 약을 복용한 후 생리 중에 혈액검사를 하였는데 에스트로겐 수치와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가 매우 낮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런데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정상이라 재검사를 해서 정확히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기다려보자고 하였다. 기다리는 동안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불안이 온몸을 감싸 안아 결국 뇌하수체 호르몬에 대해 검색하고 말았다.


3년 간 안 다녀본 병원이 없다. 내과, 산부인과, 한의원도 팔 체질 한의원부터 다양하게 다니면서 식이요법과 각종 검사를 받았다. 조금 나아질 때도 있었지만 호전이 조금 될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다.


불안의 연속이었다

무월경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 또한 깊어졌다. 무월경을 방치한 죄책감도 들고 이면에 더 큰 병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식되어 잠을 못 이룬 적도 여러 날이다. 불안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로 나뉘는데

조기폐경 - 무월경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조기폐경을 진단한다. 조기폐경은 골밀도가 낮아지고 이외에도 요실금이나 방광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폐경된다는 게 무서웠다.

자궁암과 각종 여성질환 - 설명하지 않아도 암이라는 말이 얼마나 불안감을 건드는지 모두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뇌 질환 -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사실 하나로는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없고 각종 검사를 하기 전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호르몬은 여러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증상이 아닌 원인이 따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에 종양이 있어서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가 낮을 수 있지만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뇌가 문제라면 너무 심각해지는데.

혹시... 불임?


다시 치료 시작

산부인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만약 초기에 먹었다면 효과를 볼 수도 있었지만 이미 무월경 기간이 길어졌고 호르몬 약을 투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비슷한 증세를 한의원에서 치료했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당장 한의원을 예약했다. 집에서도 가까워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첫 진료를 받고 침 치료를 받고 한약을 복용하기로 했다. 입사도 하기 전에 쇼핑 계획을 세웠는데... 약값 계획으로 수정해야 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적었습니다.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고 경험을 교환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거나 초기에 발견하여 대응하는 등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치료 과정을 종종 올릴 예정이며 궁금한 사항은 언제든 물어보셔도 됩니다. 다만 저는 의사가 아니고 환자입니다. 치료하는 방법과 원인은 저도 모르며 단지 제 증상과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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