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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Mar 02. 2017

떠나볼까 아프리카로

보츠와나의 추억 vol.38


떠나볼까?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보츠와나-짐바브웨-잠비아-남아공 



배낭 하나에 침낭 하나,

옆에는 카메라 가방을 척, 둘러 매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날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왔다. 뽀드득뽀드득 발목까지 오는 눈을 헤치며 걷느라 어느새 하얗게 눈이 덮인 신발을 보면서 내가 지금 아프리카로 떠난 다는 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막연한 자신감과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떠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온전히 행복했다.



하루에 적게는 500km부터 길게는 800km씩

차로 달려 아프리카를 누비는 여행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땐 아프리카 곳곳에 펼쳐질 낭만적인 텐트 라이프를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렸다. 밤하늘 위로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며 잠들고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모습은 정말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여행을 돌아본다면 그 낭만이 일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매일매일 경험했다.





어떤 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텐트가 흠뻑 젖기도 하고, 어떤 날은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기 위해 하마가 사는 강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돌이 서걱서걱 씹히는 밥을 먹으면서 웃음지었던 그 모든 여정이 낭만으로 덮이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만큼 황홀한 날들이었다.




쌩쌩 달리는 차 앞을

갑자기 나타난 코끼리 떼가 막아서기도 하고, 그 코끼리 떼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동안 옆으로는 가젤 한 무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길가에 얕게 파인 웅덩이에서는 품바 가족이 머드 샤워를 하고 있는 그 공간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 까? 무엇을 위해 왔고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본 날이 전에도 있었을까 싶을 만.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깊게 그 질문의 답을 찾기위해 고민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매주 챙겨보았던 드라마의 대사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 모든 것이 좋았던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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