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은 정신 담금질
어제는 비가 그치고 난 동네 뒷산을 달렸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푹신하게 쌓였던 낙엽들은 단체로 풀이죽어있었는데 가장 위층에 있는 녀석들은 역시 첫번째로 햇볕에 말려지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힘찬 발길질로 솎아주었다. 아마 가만히 놔두었어도 바람이 저절로 균형을 맞추어주었을 테지만.
잘 닦인 등산로는 같은 등산객들에게 폐끼치는 것만 주의한다면 최고의 고강도훈련 코스이다. 2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4번은 고비가 왔다. 근육이 뇌의 통제에서 떠나고 침 삼킬틈 조차 사치인 격렬한 호흡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돌계단 한켠에 멈추어서 콧구멍을 있는 힘껏 벌리고는 공기를 빨아들인다. 동네 뒷산이라도 산공기는 역시 청량했다. 떼스던 폐와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갈망하는 상태. 이 상태 속으로 나는 자발적으로 뛰어든다. 까마득했던 고통과 방해물에 적응해가고 자신의 한계를 맞닥뜨리는데 익숙해진다. 자신을 파괴하지 않을 만큼의 시련을 스스로에게 부과한다. 한계는 없애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 대상임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나는 점진적으로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