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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먹는 약에는 날짜를 적는다.
예전엔 휴대폰 알람을 맞춰 두었지만,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리는 날이 많아 어느날부터인가 날짜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방식을 택했다. 처방받은 약 봉투에는 ‘1일 1회 1정씩 240일분’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 6월, 정기 검진을 다녀온 뒤 다시 6개월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의료 파업의 여파로 지난 진료는 8개월 만에야 받을 수 있었는데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 걸까.
240일. 결코 당연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진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좁은 탈의실 안에서 잠시 먹먹한 마음을 다독였다. (탈의실은 곧 다른 환자에게도 필요한 공간이므로 오래 머물 수 없다. 병원에 다니며 눈물을 참는 법도 짧게 우는 법도 배웠다. 마스크를 썼던 시절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시절 감정과 얼굴을 감출 수 있었던 마스크에 위안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복도로 나와 탈의실 사용법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도와주는 이를 지나 엉거주춤 신발을 신던 내게 진료복을 입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나이 지긋한 어른이 자리를 내어주셨다.
“여기 앉아요. 앉아서 편하게 신발 신어요.”
감사하게도 이처럼 다정한 도움의 순간을 자주 마주했다. 말없이 오가는 배려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경험. 병원에서는 잠시 스쳐가는 아픈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