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나의 6월.

by 나경

바쁜 일상의 틈 사이 짧은 산책을 했던 어느 날. 반려인과 나란히 걷고, 별일 없이 많이 웃었다.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었는데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순간만으로도 내 삶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대화 중 각자의 삶의 만족에 대한 질문이 오갔고, 나는 큰 고민없이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몸이 아픈 뒤 내가 겪은 변화를 조심스레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욕심이 많았다. 잘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늘 나 자신에게 모질었다. 회복하는 내내 나는 누구보다도 내게 미안했다.


정기 검진을 받을 때마다, 몸에 작은 타투를 하나둘 새기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새긴 단어는 ‘지금, 여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정작 소중한 순간을 자꾸 흘려보내며 끝없이 나 자신을 질책하던 내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물론 몸에 글자를 새긴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것은 아픈 몸으로도 삶을 계속 살아내겠다는 다짐이었고, 흘러가는 순간들 속에서 깨어 있고 싶다는 내 나름의 의지였다. 그 이후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조금 더 민감하게,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을 살아가는 나 자신과 내 마음에도 조금 더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또한 나만의 ‘달라짐’이라 말할 수 있을까.


6월은 생일이 있는 달.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와, 세상에. 기특한 나! 지금까지 자라느라 애썼다. 정기 검진과 이사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바쁘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며 새 달을 맞는다. 이번 달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싶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물어보고, 더 자주 웃고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