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누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나경입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장마 기간입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당근 케이크와 커피를 앞에 두고 있어요. 이 편지가 닿을 즈음에는 아마도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겠지요.
재정비를 시작하며 한 달만 계획했던 공사 기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스레 늦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카페로, 책방으로 다양하게 사용해온 공간을 짧은 시간에 정리하려 했던 것이 저의 욕심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어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천천히 매일의 성실함으로 하루하루 일했습니다. 공간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기다려주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공간만큼이나 재정비가 필요한 곳이 하나 더 있었어요. 올해 상반기는 유난히 마음의 부침이 컸습니다. 일을 하며 다양한 모양의 고단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잖아’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다그치기에 바빴어요. 그러는 사이 외면했던 감정들이 마음 한쪽에 단단하게 굳어버렸지요.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지쳐 있었어요.
낡은 곳을 고치고, 새로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하나둘씩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은 동시에 저의 상한 마음을 천천히 돌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간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하나의 정리가 끝날 때마다 제 마음도 조금씩 함께 정돈된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책은 잠시 멀리 두고, 쉬는 시간엔 좋아하는 드라마 「길모어 걸스」를 자주 봤습니다. 제철 과일도 부지런히 챙겨 먹었고요. 초당 옥수수, 복숭아, 수박이 함께한 여름이라니! 이 계절이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5년 전, 대전으로 공간을 옮기며 작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그때부터 「나경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천천히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답니다. 계절 수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책을 추천하고 편지를 썼던「나경의 식탁」도 함께 떠오르네요.
제게는 여전히 익숙하고, 여전히 고마운 도구인 ‘편지’를 앞으로는 공간에서 매달 전해드리려 합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생각과 마음, 책방의 일들, 읽고 만난 문장들, 짧은 일기와 낙서처럼 조용히 스치는 이야기들...그러니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속닥속닥 나누고 싶어요.
제가 쓰는 편지를 기다려주시겠어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년 8월 한쪽가게 나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