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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Dec 26. 2022

스타벅스의 기상천외한 고객들

아직 진상썰은 시작도 안 했다...

    스타벅스 입사한 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기상천외한 고객들을 많이 만났다.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기상천외한 고객썰을 풀어볼까 한다. 진상이라는 단어는 아껴놓겠다. 조만간 스벅 진상 고객들 썰도 시원하게 풀어볼 예정이다. 역시나 세상은 넓고 미친놈들은 많으며, 카페에서 일하면 그들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늘도 고객응대를 하면서 인류애를 잃어버린 어느 감정노동자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1. 장난감 자동차는 드라이브 스루에 들어오면 안돼요!


    도무지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큰 성인이 어린이용 장난감 자동차에 올라타지 않을 것이다. 장난감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 스루에서 음료를 주문하지도 않을 것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주문을 거부한 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모든 비상식을 한 몸에 장착하고 나타난 고객이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에는 무게 감지 센서가 있어서 자동차가 지나가면 스타벅스 직원들이 쓴 헤드폰에 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듣고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센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차량 주문대에서 사람 목소리만 들렸다.


"저기요! 주문 안 받아요?"

 

    어리둥절한 파트너는 창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연실색했다. 아이들이 타는 장난감 자동차에 어린 남자아이와 아이 엄마가 몸을 구겨놓고 드라이브 스루에서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고객님, 여기는 진짜 차가 들어오는 곳이에요."

"우리 애가 드라이브 스루 체험하고 싶다는데 주문 한번 받아주면 안 돼요?"

"죄송하지만 뒤에서 차라도 들어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내려서 카페에 들어와서 주문해 주세요."

"아니, 애가 여기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잠깐 들어온 건데 그 정도도 못 해줘요?"


    실랑이가 길어지고 마침 뒤에서 차가 하나 들어왔다. 결국 드라이브 스루에서 버티던 아이엄마와 아들은 카페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적반하장으로 고객응대가 불친절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항의한 것도 모자라 고객센터에 전화해 '직원이 융통성이 없다'며 화를 냈다고 들었다. (융통성이란 단어를 여기서 쓸 수 있는 건가?) 이후에 전해 들은 드라이브스루에서 말을 타고 음료를 주문한 손님은 애교 수준이다. 놀랍게도 말은 도로교통법상 차車馬로 분류되기 때문에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2. 네가 내 기분을 망쳤으니 쿠폰으로 책임져!


     1번 경우는 정말 살면서 한 번은 겪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이런 일은 꽤 자주 있는 일이다. 부부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 고객이 들어왔는데, 응대하던 직원은 촉이 왔다고 한다. 스타벅스에서 오래 일하면 저절로 생기는 '진상레이더'. 여자 얼굴을 본 순간 왠지 모르게 진상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 것이다. 그 여자 고객은 '자몽허니블랙티 아이스로 톨 사이즈와 돌체블랙밀크티 아이스로 그란데 사이즈'를 주문했다. 진상촉이 발동한 직원은 두 번이나 주문내역과 사이즈를 확인했다고 한다.


"고객님, 자몽허니블랙티는 아이스로 톨 사이즈 하셨고 돌체블랙밀크티도 아이스로 그란데 사이즈 맞으세요?"

"네 맞아요."

"자몽은 톨 사이즈, 밀크티는 그란데 맞죠?"

"네"


    그렇게 음료 두 잔을 받은 고객은 '어 나 이거 안 시켰는데?'를 시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주문한 것은 '자몽허니 블랙티 그란데 사이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료가 잘못 나오면 재결제를 하고 바로 새 음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음료를 제조하던 파트너는 곧바로 친절하게 응대했다.


"고객님 음료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사이즈업에 대한 500원만 결제해 주시겠어요?"

"제가 왜요?"

"네?"

"그쪽이 잘 못 들어서 음료 잘못 나온 건데 왜 내가 결제를 해야 돼요?"

"아 고객님께서 톨사이즈로 결제하셨는데 그란데 사이즈는 500원 더 비싸거든요. 사이즈 맞게 재결제 부탁드립니다. 음료는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기분 나빠서 그렇게 하기 싫은데요? 그냥 제가 말했던 사이즈로 음료 주세요."

"저희가 그렇게는 해드릴 수 없어요."


    실랑이가 길어지자 그 여자 고객과 함께 들어왔던 남자가 직원 편을 들었다.(남자는 정상인이었던 모양이다.)


"네가 잘 못 했으니까 그냥 가자!"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


    그렇게 화를 내면서 주문을 취소한 여자는 그대로 장문의 VOC를 고객센터에 남겼다. 문제는 본인이 주문을 잘 못 했다는 사실은 쏙 빼고 응대한 '직원이 건방지고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로 대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남긴 것이다. 고객센터의 직원이 연락하자 직원의 태도 때문에 본인이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쿠폰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고객센터에서는 쿠폰 1장을 드린다고 했더니 이 여자 말이 가관이었다.


"장난해요? 10장은 받아야 기분이 풀리죠!"


    2잔 중에 1잔이 잘못 나왔는데 쿠폰이 1장도, 2장도 아니고 무려 10장이라니! 올해 캐리백 사태로 고객들에게 제공되었던 음료쿠폰이 3장이었던 걸 생각하면 10장은 말도 안 되는 양이다. 단지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당히 쿠폰 10장을 요구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결국 응대했던 직원이 전화해서 직접 사과하고 점장과 지역 매니저까지 나서서 통화한 결과 쿠폰 2장을 주는 것으로 끝냈다. 그러나 그 여자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직원들이 몇 시간이나 통화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건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다.


3. 성희롱은 애교, 진짜 성범죄자였어?

    

    이것도 드라이브 스루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중년 남성 고객은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할 때마다 직원들 외모 품평을 하곤 했다. 매일같이 찾아와서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하고 '이 아가씨는 얼굴이 별로네. 여기는 예쁜 직원 없어?' 이런 식의 저급한 말을 내뱉는 것이다. 어느 날은 직원이 지속적인 성희롱에 참지 않고 강하게 응대했다. 강하게 응대했다고 해봤자 '계속 이러시면 주문 못 받습니다.'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자 기분이 상했는지 그 고객이 매장으로 들어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서도 이런 위협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는 구비해 두었다. 위급상황에서 벨을 누르면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이 보안요원들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난동을 부리는 고객을 끌고 나가거나 행위를 그만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럼 보안요원이 해주는 일은 뭐냐? 위협을 가하는 고객과 직원 사이에 서서 몸으로 막아주는 것뿐이다. 그만하라는 경고 멘트 정도는 해준다.


     그럼에도 이 고객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경찰을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이 난동부리던 고객의 신상정보를 묻고 전과를 조회했는데, 이 고객에게 성추행 전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 남자 고객은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만나는 카페의 특성상 눈앞의 고객이 어떤 인품을 가졌는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전과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에서는 매일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일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종종 이런 기상천외한 고객들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인간에 대한 믿음, 소망, 사랑 따위를 포기하게 만드는 고객들. 스타벅스의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 가히 몸에 사리가 나올 듯한 감정노동이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고 친절하던 직원들도 점점 눈빛에 생기를 잃고 마음을 닫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좀 더 친절하게 대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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