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리

유교사상의 끈질긴 덩굴인가?

by 은해

‘식자들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즐겨 쓰는 도리라는 말이 있는데 자식된 도리, 부모된 도리, 사람의 도리, 형제의 도리, 친구의 도리, 백성의 도리, 이 도리야말로 생활의 규범이다.

천재를 제신의 노여움으로 감수하듯이 무자비한 수탈 속에서 가난도 이별도 견디어야만 하고 도리를 준열한 계율로 살아온, 이 자각 없이 고행해온 무리가 조선의 백성이요 수구파의 넓은 들판이다. 이조 오백 년 동안 씨뿌려놓은 유교사상의 끈질긴 덩굴이며 무수한 열매인 것이다.’

-토지 1부4권 63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사람이라면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1인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역이 다 그렇지만 특히 유교적인 색깔이 강한 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내게 나도모르게 스며든 신념이었다.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처신해야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의 도리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배우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위의 문장을 만나고 다시 돌아보니 그것은 이조 오백 년 동안 씨뿌려놓은 유교사상의 끈질긴 덩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그 놈의 ‘도리’라고 하는 말이 사람을 어떤 틀 안에 가두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젊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며느리 도리’라는 말을 들었다. 일단 결혼하면 시가에서는 ‘며느리 도리’를 요구하게 되고, 며느리는 그 놈의 ‘며느리 도리’를 하느라 너무 힘이 들고, 종국에는 그 ‘도리’라는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도리’를 못했다는 그 말 속에는 엄청난 강도의 비난이 숨어있다.

나는 ‘도리’를 하고자 노력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 ‘도리’를 다 하라고 강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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