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려주오>-2
여보시오
누군가 내 입을 틀어막고
내 몸을 꽁꽁 묶어
깊은 산에 버려주오
덜컹대는 고물차를 타고
자갈길, 산길을 지나
한 번도 얼음이 풀리지 않은
협곡 깊은 곳에 버려주오
무거운 등짐으로 나를 지고
가파른 언덕길 올라
매서운 눈보라 속 숨죽여 지나면
마침내 펼쳐지는 만년설 산등성이에 오르리니
들개도 살지 않는 험한 곳
'생명 없음'의 깃발 아래
나를 던져주오
누구도 살 수 없는 그곳에서
온몸의 혈관이 얼어붙는 날이 오면
비로소 내 육체가 정결케 되고
내 심장까지 얼어붙는 날이 되면
비로소 내 영혼이 구원을 얻으리니
오랜 후에 누가 묻거든 그리 말하시오
눈알은 그냥 두었다고
손목도 그냥 두었다고
다만 그것이 미안하였다고.
그리고 잊으시오
해 아래 새 것 없듯
오늘도 겨울바람 부는 날이면
길 잃은 나그네 끝없이 유전(流轉)하리니.
삽화 고현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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