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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Sep 24. 2021

피천득의 수필을 읽으면

(시)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피천득의 수필을 읽으면>



피천득의 수필을 읽노라면,

흐릿하지만

소중하게 보관한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을 보는 듯하다

사진 속 인물 하나가 툭 튀어나와

덕수궁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내 걸음보다 딱 두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봄이면 앙상한 가지 위 파릇한 새싹의 향연을 느끼며

여름이면 아름드리나무 사이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가을이면 나뭇잎마저 가을을 품고 물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겨울이면 흰 눈 내리는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피천득의 수필을 읽으면

사계절이 내 앞에서 조용히 스미었다 사라지고

말없는 어떤 사람 하나가

사색하듯 아주 천천히 걸어가고

우리네 소소한 일상과 삶과 인생이

아주 천천히 슬쩍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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