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나는 길에>
그대 떠나는 길에
슬픈 비는 내리지 않아
질리게 환한 대낮
태양만 뜨겁게 타들어갈 뿐.
하늘은 어제처럼 말이 없고
바람은 또 그렇게 입 다물어
어쩌다 가끔 매미 소리 요란하면
빛바랜 엄마의 일기장 몰래 훔쳐보다
들킨 것처럼 콩닥대는 가슴
창밖 스치는 풀섶이라도 잔을 삼아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
그대 떠나는 날에
설운 비는 내리지 않아
무섭게 밝은 한낮
여름만 조용히 사그라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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