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조연들
-당신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합니다
<am.6:00>
내 인생의 조연들
-당신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합니다
눈이 부시다. 그날도 햇빛이 쏟아지는 길 위에서 순간 스치듯 찾아왔다. 8월의 어느 날 육체의 이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차가운 철판 위에 누워있는 당신은 너무도 고요했고 평온했다. 가까이 다가가 흔들어 깨우고 싶을 만큼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 같지 않았다. 순간, 당신의 마지막 육체는 나에게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렇구나! 내가 저 육체를 통해 이 세상에 온 것이구나!'
처음 알게 되었다. 돈오점수의 순간이 찾아왔다. 순간의 깨달음으로 그 작은 몸집이 처음으로 위대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별의 순간에도 당신의 육체를 통해 마지막까지 어리석은 나에게 깨우침을 주고 떠나갔다.
당신의 몸부림이, 목소리가, 그동안의 행위들이 팔십 평생 나를 둘러싼 조연이었음을 알게 되는 돈오의 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주연이라고 잘난 체하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부끄러웠다. 나 또한 누군가의 조연이었음을, 조연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모른 채 무지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인간의 무지가 사실을 왜곡하고, 오해하고, 아픔을 주는 행위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무지를 인정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인생을 살다가 마주하게 되는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속에는 정말 충만한 의미가 담기는 것 같다. 일상 속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는 의미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았다. 이 또한 내 삶의 조연의 역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삶의 주변에는 수많은 조연들로 나를 지탱해 주었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주연은 조연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내 삶에 조연들을 귀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8월 어느 날의 이별은 나의 가치관에 커다란 전환을 가져온 날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길을 안내해 주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이승을 떠나는 당신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합니다. 그렇게 주연과 조연의 무대가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