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아이와 함께 캔들 소품 가게에 들렀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찾아갔지만, 소품 가게를 찾는데 한참을 헤맸다.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돌고 돌아 결국 찾았을 때는 모두 지쳐 있었다. 소품 가게는 잠시 헤맬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겨우 찾은 가게는 입구가 좁은 골목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가게 문이 닫혀 있다.
‘어, 오늘 영업을 하지 않나?’
하얀 나무로 된 아치형의 문손잡이를 잡고 살며시 밀어보았다. 스르르 문이 열린다. 마치 밖과는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했다. 발걸음이 저절로 조용해지며 두근거렸다. 문을 여는 순간 좁은 공간이 나왔다. 엔틱 거울과 인형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시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하얀 중문을 열어보았다. 그 순간 은은한 향기가 확 퍼져 나와 코점막이 먼저 반응했다.
‘아, 너무 좋다.’
향기로 인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공간 속 가득 채워있던 향기가 문을 연 순간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버선발로 나와 우리를 먼저 반겨주듯 향이 코끝에 와 살포시 닿는다.
길을 찾아 헤매던 짜증은 사라지고 우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은 채 반사적으로 공간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 나라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표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왼쪽 나무계단 쪽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좁은 나무계단을 오르니 또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을 만난다.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밀랍 인형이며, 중세 시대 소품들, 접시며 뜨개질, 향초들이 자기의 자리를 잘 찾아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구석구석 돌며 구경하였다. 마치 인형의 집에 들어온 듯했다. 자연스럽게 1층 중앙에 있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향이 어우러진 풍성한 향이 발산되고 있는 꽉 찬 공간 속에 머물렀다. 행복한 감정은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새어 나왔다.
주인장이 자연스럽게 합석하였다. 캔들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초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들으며 주인장의 직업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장은 가게 안에 카페를 함께 운영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지만 향이 커피 향에 잠식해 고유한 천연향을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고수한다고 했다. 향에 대한 철학이 남달랐다. 그리고 그때 알 수 있었다. 가게 문을 닫아놓은 이유를.
향에도 천연향과 인위적인 향이 있듯이 때론 그 향이 퍼져나가 분위기를 흐리고 불편해지는 향을 만날 때가 있다. 결국 그런 향은 누군가에게 독이 되는 향으로 변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상대를 할퀴거나 깊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반면 그러한 상처를 아물 수 있게 하는 치유의 향도 존재한다. 그런 향은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게 해 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드러내는 향을 지니고 있다. ‘나에게는 어떤 향이 날까?’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거나, 스쳐 지나가는 순간 풍기는 향이 궁금하다. 바람이 있다면 진한 어떤 향보다 은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향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향이 피어나 주위로 확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인위적이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는 친밀감을 줄 수 있는 향이길 바라본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향을 꿈꾸어 본다. 오늘 찾았던 캔들 소품 가게 안에서 풍기던 그 향들을 닮고 싶다.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으로 꽉 찬 마음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존재이길 꿈꿔본다. 주인장이 내어주는 차를 마시며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