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사라지는 순간
sapiens
기다리던 봄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
어느덧 사라지는 흔적들
수많은 꽃잎들이
하나하나 흩어져 내린 거리
아무런 의식 없이
우리는 그 위를 걷고 걷는다
육체에서 벗어나
홀로 흩어져 내려앉은 그 마음은 어떨까?
숙명처럼 받아들이듯 보이지만
그들도 생명임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따스한 봄 햇살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비바람이 다시 아픔을 선사하면
모질게 붙잡아 싸우며 겨우 피어난 어여쁜 꽃잎들
팡팡 터트리는 꽃망울들을 보는 우리는
그저 아름다움에 취해 영혼 없는 셧터만 누를 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추억 속의 사진으로 남겨진다는 것
육신에서 분리된 채
바람에 흩어져 수북이 쌓여가는
가녀린 잎들의 마지막 자리
무대 위 사라지는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황홀한 감정을 선사한다
누군가를 위한
꽃길이 되는 동행을 자처한다
그 동행 뒤에는
어여쁜 옷들이 찢겨 사정없이 잘려나간다
그렇게 아름다운 한 순간을 위해
시린 겨울을
맨 몸으로 이겨내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라지는 너를 바라보며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