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군대에 가 있는 아들이 전화가 왔다. 뭐 하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몸은 괜찮은지?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그렇게 두세 시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제법 아이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매번 통화할 때마다 느낀다. 오늘은 축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오래간만에 맛난 치킨과 빵들을 먹어서 속세 음식을 먹어서 너무 맛있다고 한다. 오후 늦게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들이 잔소리를 한다. 약 잘 챙겨 먹으라고..., 자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아이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삶이 한순간이라고 하듯,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아이와 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지하고 어린 나를 엄마로 성장시켜주고 숙성되어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준 아이들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어제 종이에 제대하면 만들어 먹을 음식들을 적어보았는데 종이 한 장에 빼곡해서 자기도 놀랐다며 말한다. 올해 11월이면 제대할 것이다. 군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상병이다. 시간은 그렇게 지체 없이 흐르고 있음을 아들의 제대 날짜로 느낄 수 있다. 아들이 자기 제대하는 날 전국 맛집 탐방을 하자고 제안한다. 난 그러자고 했다.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여행 가자고..., 그러면서 아들이 묻는다. “엄마 찜닭 좋아?” “아니, 엄마는 투썸 파니니랑 커피 좋아하잖아.” “밥을 먹어야지” 또 잔소리다. 그렇게 웃으며 가서 운동하라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20분 정도 지나서 현관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지? 화면으로는 아무도 없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어머나! 문밖에 종이가방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가족 카톡이 울렸다. “엄마, 파니니랑 커피 맛있게 드세요. 커피는 디카페인이에요..” 세상에... “파니니 두 개 주문했으니까 두었다가 음식 하기 싫을 때 드세요. 그리고 요거트 바도 있으니 출출할 때 끼니 거르지 말고 드세요” 감동이다. 눈물이 나온다. 이제 내가 아이들 걱정을 시키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에게 빚을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파니니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신은 나에게 이런 아이들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데... 전화 말미에 아들이 군대 오니까 엄마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맘고생 많이 한 우리 엄마,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철이 든다는 것인가 보다. 아들도 딸도 두 아이가 철이 너무 빨리 드는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7살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8남매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난 무상을 보아버렸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하루도 내 머리와 마음속에 어머니가 떠난 적이 없었다. 10년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 미숙했던 나는 그 시절 감히 어머니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어머니 생각뿐이었다. 그 사슬에서 돌아가시고 나서야 풀려났다. 그때 난 우리 아이들이 나를 벗어나 자기의 인생을 위해 훨훨 날아가라고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힘들었으므로..., 조금은 이기적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의 인생을 최우선으로 살아가라고, 그것이 우리에게 하는 멋진 효도라고..., 고맙고, 사랑하는 아이들... 이제 나를 떠나 세상 속을 맘껏 유영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