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면 헤어 나오기까지 힘들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순간 중 한 순간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들이 실제 일어나기라도 하듯이 누군가 내 곁에 다가서며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페소아는 불안의 감정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많은 습작 활동을 하였다. 그런 부분은 나와 참으로 많이 닮아있다. 불안을 이겨내는 것처럼 불안을 직시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성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항상 이성의 파도는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나약하리 만큼 나약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이성과 충돌하며 감정의 파도가 밀어 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이성을 삼켜버린다.
그러면 그때 비로소 알아차린다. 감정의 힘이 발휘될 때, 나약한 나의 존재를 감지하게 된다.
바로 인간의 나약성을 마주하게 된다. 발버둥 치는 이성 앞에서 감정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스스로 물러나 이성 저편에서 여유 있게 바라본다.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나는 이 순간,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차분하게 명상을 하는 듯한 효과가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차분하게 진정되는 자신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 무엇도 연속되어 영원히 존재하지는 않는다. 어둠과 밝음, 저녁과 아침처럼 우리의 존재함 속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가 혼재하며 항상 분열과 타협이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도 이성과 감정의 공간 사이를 오가며 살아내는 시간 속에 존재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