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이의 용기

-뾰루지

by Sapiens

뚱이의 용기


고영희



‘헉!’


“정말이지 이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워! 으윽!”


오늘도 뚱이는 목이 쪼여오는 힘든 순간 속에서 숨을 겨우 내쉬고 있다. 뚱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싫다. 왜냐하면 주인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뚱이는 평온하게 지내다가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툭’하고 작은 혹처럼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온 동네를 몬이라는 친구들이 휘젓고 다닌다.


몬이의 원래 이름은 Hormone이다. 꽤 유식한 척 영어를 쓰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뚱이들은 그들을 홀몬이라고 불렀었다. 지금은 줄여서 몬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몬이들이 동네에 나타나는 날은 정말 뚱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몬이들과 대적하기 위해 근육을 최대한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점점 면적을 넓히기 위해 주변에 있는 뚱이들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뚱이들은 자신들의 힘이 약해 몬이들에 의해 조종된다는 사실에 움츠러들기 시작한다.


그 틈을 비집고 누군가 휘젓기 시작한다면 어김없이 어린 뚱이들은 그 빈틈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세상 밖을 구경해보지 않았던 어린 뚱이들은 세상 밖을 궁금해하며 앞다투며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어린 뚱이들이 꿈꾸는 바깥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어린 뚱이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뚱이들이 부어오를 때면 자신들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두려운 감정들로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어머, 우리 몸이 왜 이렇게 부풀어 오르는 거야? 이러다 터져버리는 건 아니지?”


그러나 바깥세상에서 만나는 주인들은 뚱이들의 공포감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더구나 주인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뚱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처음에는 뚱이들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갑자기


“어머 이게 뭐야?”


짜증을 내기 일쑤이다. 그리고는 그제야 청결한 척 뚱이들을 세면실로 데리고 가서 ‘박박’ 씻고 또 씻어낸다. 뚱이들은 하얀 거품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채 고통스러워한다.


“눈이 너무 아파요? 우리를 세게 누르지 말란 말이에요.”


뚱이들은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마치 전염환자 취급하듯 무시당한다. 그러다가 주인은


“아, 왜 얘들은 또 튀어나온 거야?”


뚱이들을 바라보며 원망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뚱이들은 의기소침해진다. 뚱이들은 무서워 죽겠는데 자신들을 원망하는 주인의 레이저 눈초리에 어떠한 반항도 할 수가 없다. 묵묵히 주인이 씻기는 대로 눈이 따가워도 참고 견디어야 한다. 사실 한 번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와봤던 뚱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체가 주인들에게 민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뚱이들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몬이의 에너지까지 왕성해진다면, 붉은 기운이 넘쳐나 노르스름한 농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날은 또 주인과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숨죽여 있던 뚱이들은 처음에는 붉어지는 자신의 몸이 주인에 의해 이리저리 내몰린다. 그렇게 뒤척이다 보면, 주인의 손독이 올라 뚱이들의 양 볼이 상상 이상으로 넓어지면서 부풀어 오르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안돼, 내 얼굴!’


차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는 뚱이들은 주인의 손길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좌절한다. 결국 노르스름한 농은 터져버린다. 뚱이들이 할 수 있는 반항이란, 단지 쓰라린 농이 터져버릴 때 주인의 얼굴 위로 날아가 공중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뿐이다.


뚱이들은 태어날 때마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온 뚱이들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보살펴주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예민한 뚱이들은 그 어떤 살가운 보살핌 없이 외롭게 세상 밖으로 던져져 온갖 미움의 대상으로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한다.


물론 아주 드물게 관심조차 두지 않아 포기해버리는 주인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뚱이를 만나는 주인들은 뚱이들의 몸에 생채기를 내거나, 심한 경우 수술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도 한다. 세상 밖으로 한 번이라도 나와보았던 뚱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이야기하곤 한다.


“난 절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을래. 몬이 녀석을 어떻게든 피해 다닐 거 야!”


그날도 뚱이는 여느 날처럼 원하지 않는 세상 밖으로 삐죽 나왔다. 친구들보다 훨씬 뒤쪽에 숨어 있었는데도 또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환영받지 못할 운명으로 나온 뚱이는 작은 통증을 수반하는 것쯤은 비일비재한 일이어서 무심하게 두었다.


그러나 그날따라 도톰하고 거친 손길이 뚱이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인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주인의 막무가내로 휘젓는, 날카로운 손놀림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갓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뚱이를 뾰족한 손톱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뚱이는 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숨통이 조여왔다.


“헉! 우이 씨.”


이제까지 보아왔던 손톱과는 너무도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뭐랄까? 아주 뾰족하기가 마치 드라큘라 손톱처럼 생겼다.


‘주인이 새로 장만한 것일까? 우리를 제거할 비장의 무기로’


뚱이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뾰족하게 생긴 무기는 요즘 유행하는 네일아트라는 것! 주인이 우리 문제로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우연이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에게 네일아트라는 것은 신무기와도 같았다.


아직 설익은 뚱이의 얼굴은 그 뾰족하게 생긴 손톱에 의해 너무나 쉽게 찌그러졌다. 몸속 붉은 혈액이 흘러내릴 겨를도 없이 시퍼렇게 멍이 들기 시작했다.


“으윽, 숨을 쉴 수가 없어, 누가 좀 도와줘.”


아무리 소리쳐도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인정사정없이 뚱이를 기절시켜버렸다.


뚱이는 주인이 원망스러웠다. 주인은 뚱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다 시퍼런 멍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오히려 뚱이를 탓한다.


‘이제 가라앉겠지. 아휴 속상해. 흉 지면 어떻게 한담?’


뚱이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인은 계속 화장지 뭉치로 뚱이를 누르고 있다.


“아휴 숨 막혀, 손톱으로 마구 찔러대더니 이제는 숨통까지 막아버리네.”


하지만 주인은, 뚱이를 원망하며 오히려 자기가 아프다며 징징거린다.


‘왜 이토록 우리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일까?’


뚱이는 억울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인은 요란스럽게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두루마리 화장지 뭉치들이 주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낸 상처에 멍이 생겨 흉터 자국이 남을 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뚱이는 그 흉터가 뚱이들 탓으로 생각하는 주인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뚱이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니까.


“우리를 처참하게 헤집어 놓았으면 약이라도 발라주어야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뚱이 친구들은 투덜거리고 있다. 뚱이의 몸 위 뜯긴 상처에서 계속 누런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뚱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그런 폭행을 당하고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위안 삼아야 했다. 주인은 자신의 통증에만 집중하며 뚱이의 고통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계속 흘러내리는 진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의 상처 위는 염전의 소금들이 햇볕에 마른 형상처럼 보였다. 노랗게 닥지닥지 눌어붙으며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주인은 자꾸 손으로 그 진물 딱지마저 긁어내려고 하고 있다. 뾰족한 손톱으로 나름 살살 긁어낸다고는 하지만, 뚱이의 몸을 스치며 긁어내는 소리가 소름 돋을 만큼 싫었다.


진물 딱지가 떼지고 나면 다시 진물이 새어 나오기를 반복하는 주인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왕짜증이다.’


그렇게 뚱이는 고통 속에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며칠째 참으며 견뎌내고 있었다. 주인은 지쳤는지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그제야 뚱이에게 잠시나마 평온이 찾아왔다.


‘아,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뚱이는 주인이 얄미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실 이럴 때마다 주인보다 몬이들이 더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몬이들도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밤새 안정을 취하면서 열기를 식히는 일뿐이다.


‘언제 아침이 밝았을까?’


주인이 틀어놓은 물소리에 뚱이는 세면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뚱이는 자신의 얼굴이 찌그러진 채 퉁퉁 부어올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웬일로 주인은 상처를 씻자마자, 화장 솜을 꺼내 뚱이를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그리곤 서랍 속 약상자를 찾아들고 와서는 연고 하나를 꺼내 뚱이 주변을 골고루 펴 바른다.


‘진작 발라주지’


그래도 뚱이는 다행이다 싶었다. 약을 바르니 온몸이 쓰라렸지만, 상처가 조금은 진정되는지 서서히 숨통이 트여 살 것 같았다.


주인이 뾰족한 손톱으로 뚱이의 숨통을 세게 쪼이고 못살게 군 탓에, 뚱이의 몸은 엉망진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는 동안 진물과의 싸움은 계속해야 했다. 더구나 뚱이는 주인의 투덜대는 잔소리까지 계속 들으며 부풀어 오른 자신의 몸이 가라앉길 바라며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사실 주인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고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뚱이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의외로 뚱이들을 다루기 어려워한다. 더구나 주인들은 무언가를 기다려주는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붉게 부풀어 오르던 피부가 어떠한 자극도 주지 않으니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뚱이는


‘주인이 가만둬야 할 텐데…’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뚱이를 자꾸 긁어내며 잡아당기는 것이다.


‘아 진짜, 지금 이렇게 또 긁어내면 진물이 계속 나올 텐데…’


뚱이는 또다시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인은 이리저리 살살 만지다 딱지가 떼어지지 않으니까 포기하고는 뚱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뚱이의 아픈 상처를 덮고 있는 노르스름한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 뚱이는 그렇게 스스로 잘 견디며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딱지가 떨어져 나간 자리는 검게 변해있었다. 당연한 결과이다. 뚱이는


‘쯧쯧,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굴고 힘들게 하더니….’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이제 이 자국이 없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주인은 매일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볼 때마다 변해버린 뚱이의 흉터를 짜려 보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주인의 눈빛이 차갑다. 누구 때문에 뚱이가 그렇게 누렇게 변해버린 것인데, 사실 뚱이가 사과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뚱이는 마냥


‘쌤통이다’


는 생각만 할 수 없었다. 뚱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이렇게 그냥 떠나버리면 우리와 주인들은 서로를 탓하며 영원히 미워하는 존재로 남아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뚱이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 속에 던져지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큰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몬이들에게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도 일찍부터 뚱이는 눈치채고 있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신무기들도 계속 생겨난다면 그때는 기회조차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들로 사로잡혀 고민하던 순간, 뚱이는 용기를 내야 했다.


“주인님, 있잖아요? 우리는 주인님을 싫어하지 않는답니다.”


“어머? 너 말을 할 줄 아니? 내 말이 들려? 어머 얘 좀 봐!”


뚱이의 말에 주인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쏟아놓는다.


“그럼 왜 자꾸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히는 거니?”


뚱이는 우리가 주인님을 괴롭힌다는 말에 흠칫하며 놀랐지만,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곁에는 호르몬이라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가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주인님들의 체질에 따라서도 우리가 영향을 받나 봐요. 하지만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알아서 가라앉는 경우도 많답니다.”


주인은 뚱이의 말을 듣고 놀라는 눈치다. 한참 거울을 바라보다 주인은


“그랬구나! 우리는 너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 그래서 미리 너희들을 공격했던 거야. 사실 너희들이 생겨나면 우리 모습이 어떻게 되는지 너희들도 알잖아? 나쁜 의도는 없었어.”


뚱이는 생각지도 못한 주인님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자신들에게 했던 주인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동안의 억울한 감정들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뚱이는 마음속으로


‘우리도 주인들과 경계를 짓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울 속 주인과 뚱이는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인은 남겨진 검은 흔적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물임을 인정하며


“그동안 우리 때문에 너희들도 스트레스로 힘들었지? 미안해. 뚱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주인님이 사과하는 모습에 놀라며 뚱이도 용기를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거울 속에 비친 뚱이의 검으스름한 흔적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이별을 준비하는 뚱이도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뚱이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생각에 무척 들떠 있었다.


주인은 사라지는 뚱이를 향해 소리쳤다.


“뚱이, 그래도 다시는 오지 마!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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