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다 사뿐히 내려앉은 자리에서

-낙엽

by Sapiens



이름이 제각각이듯 내 친구들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따뜻한 봄에 입었던 옅은 초록 빛깔은 어느새 붉고 짙은. 샛노란. 또는 옅고 짙은 갈색을 띠며 자기만의 축제가 한창이다.


친구가 다가와 외롭다고. 슬프다고. 이제 안녕.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구석진 그늘에 자리한 벌레에 찢기고 사람들의 신발에 밟힌 친구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구나!'


그렇다. 이제 차갑고 하얀 세상이 오고 있다. 이들의 부모들도 벌거숭이로 한 겨울을 살아낸다. 차디찬 세상에 자신의 자식들을 내어주고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겨울나기를 해야 한다.


땅바닥에 뒹굴다 밟히고 뜯긴 이들은 가루로 으깨져 새로운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순환되어 다시 봄이라는 계절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순환. 그것을 통해 던져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바람에 흩날려 바스락 거리는 낙엽에 불과해도 우리에겐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존재라고. 하찮은 존재라고. 무심히 지나치지 말기를.


옷깃을 여미듯. 가을을 즐기듯. 흩날리는 낙엽들의 삶의 무게를 바라보며. 그 무게의 시련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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