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안개가 자욱했다. 낮에는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로 뜨거워진 육체가 버거웠다. 버거웠던 몸의 온기를 식혀주려 찾아온 것일까? 창문을 열고 달리는 차 안으로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다. 남편이 제주로 내려오는 중이라 공항을 향하고 있는 밤이다. 희미한 시야도 마냥 좋았다. 바람의 촉감을 느끼다 보니 공항 입구 신호를 받고 멈춰 서 있다.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착륙문자가 오지 않았다. 착륙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는 터라 곧 연락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공항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다 보니 이상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바퀴를 도는 순간, 큰딸이 전화가 왔다. 제주 공항 날씨 이상 있냐고 묻는다. 아, 안개...
그렇게 비행기도 제주 항공을 돌다가 결국 다시 서울로 회항했다고 한다. 아뿔싸! 나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안개와 호흡하면서도 비행기 착륙의 힘듦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냥 좋았던 감정은 사라지고 남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울공항에서 지연하고 제주 항공에서 대기하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남편의 피곤함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무사히 회항하길 바라본다.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위에 아직 걷히지 않은 작은 안개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