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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Oct 14. 2022

<주령구> 창덕궁과 동궁

기업의 외국 손님 접대 공간으로도 활용해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한국을 국빈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부를 맞아 창덕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창덕궁에서 외국 정상 환영식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신남방정책 추진에서 '핵심 협력국'인 인도네시아를 매우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손님, 특히 국빈을 맞이하는 장소로 궁궐만 한 장소가 없다. 그 나라의 역사가 일천하고 궁궐이 없어 못하는 경우는 몰라도 있으면서 활용 못하는 것은 스스로 국격을 낮추고, 걷어차는 일과 같다. 짧은 시기에 근대화를 이루고 산업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그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로 밖에 각인돼 있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IT와 K팝 등 한류 열풍과 함께 일부 사극이 몇몇 나라에 소개되기는 했으나 외국인들 눈에는 여전히 한국은 현대적이고 산업적인 국가로 각인돼있다.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세계의 눈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 장소로 쏠리게 마련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대부분이 이번처럼 창덕궁 등 고궁에서 열린다면 세계인들 눈에 우리나라의 전통과 고즈넉한 고궁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양국 정상 부부가 공식 환영식 뒤에 함께 궁궐 내부를 관람했고, 이후 카트를 타고 궁궐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환담을 하고 중간중간에 다과를 함께한다면 이만한 접대도 없다.

경주에는 신라시대 국빈을 모시던 연회장인 동궁과 월지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이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창덕궁은 정전이지만 이곳 동궁과 월지는 원래 용도가 귀빈을 모시던 연회장이다. 몰지각한 일부 인사들이 문화재에서 웃고 떠든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문화재는 원래 용도대로 사용해야 빛이 바래지 않는다. 경주시를 찾는 외국의 사절단을 위한 연회 장소로 보문단지 호텔이나 고급식당보다는 이곳 동궁과 월지가 훨씬 더 낫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연회보다는 경주에서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연회 라야 기억 속에 오래 경주를 묶어 둘 수 있다. 동궁과 월지에서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연회 프로그램과 시설, 분위기를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아보자. 정상회담은 물론 기업체의 창립기념일, 중국 포상관광객, 기업의 외국 손님 접대 공간으로도 활용해 보자. 정상회담 후 주령구로 벌칙을 부과하며 함께 즐기는 연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 이 글은 2018년 10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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