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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ug 29. 2023

#시가 있는 가을(140) 몽돌

몽돌

               재환 

해변을 걷다 몽돌하나 주웠다

돌이라기보다 차라리 내 인생과 닮았다

문득 고달팠을 그의 긴 여정이 떠올랐다

저 산꼭대기 바위의 갈비뼈 한 조각이었을까

아니면 남산의 돌부처가 제 몸을 깎으며 수행한 결과일까

몽돌은 동해에 떠오른 태양도 반갑지만 

순서대로 달려온 파도가 더 반가운 눈치다

조용하고 잠잠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맨몸으로 나서 파도를 맞이한다

길고도 나란히 줄지어 밀려오는 그 녀석들 입에선

매섭다, 거칠다, 몰아친다는 소리가 더 어울린다

그 틈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굴러 

스스로 찢기고 쪼개어 몸집을 줄였다

모두들 표정이 득도한 스님 같다

내 잘났다고 떼쓰는 군상들도 없다

그들에게서는 독창도 중창도 없다

오직 중후한 합창뿐이다

나서길 좋아하지도 않는다 

백사장의 흰모래에게 영광은 다 돌린다 

흰모래 속, 그 어머니 모태 같은 해변에는

아버지가 평생 끼고 산, 자갈도 있고 

또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누름돌도 있다

저녁노을이 취기를 더하는 해변에는

모난 세상사 대신 균형과 조화, 그리고 화합의 화신

몽돌이 있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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