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재환
해변을 걷다 몽돌하나 주웠다
돌이라기보다 차라리 내 인생과 닮았다
문득 고달팠을 그의 긴 여정이 떠올랐다
저 산꼭대기 바위의 갈비뼈 한 조각이었을까
아니면 남산의 돌부처가 제 몸을 깎으며 수행한 결과일까
몽돌은 동해에 떠오른 태양도 반갑지만
순서대로 달려온 파도가 더 반가운 눈치다
조용하고 잠잠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맨몸으로 나서 파도를 맞이한다
길고도 나란히 줄지어 밀려오는 그 녀석들 입에선
매섭다, 거칠다, 몰아친다는 소리가 더 어울린다
그 틈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굴러
스스로 찢기고 쪼개어 몸집을 줄였다
모두들 표정이 득도한 스님 같다
내 잘났다고 떼쓰는 군상들도 없다
그들에게서는 독창도 중창도 없다
오직 중후한 합창뿐이다
나서길 좋아하지도 않는다
백사장의 흰모래에게 영광은 다 돌린다
흰모래 속, 그 어머니 모태 같은 해변에는
아버지가 평생 끼고 산, 자갈도 있고
또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누름돌도 있다
저녁노을이 취기를 더하는 해변에는
모난 세상사 대신 균형과 조화, 그리고 화합의 화신
몽돌이 있어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