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설렘 반, 두려움 반

by 이뉴

14년 4월 중간고사가 끝나고 캐논 550D를 들였다. 관심만 두었던 사진 찍는 취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바디 하나와 점팔이 렌즈로 불리는 싸고 가성비 좋은 단렌즈 하나를 구매했다. 그리고 후배 녀석에게 납치당하면서 피사체라는 것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직접 바라보는 사물과 카메라로 보는 피사체는 대상은 같았지만, 느낌이 달랐다. 찰칵하며 눌린 첫 번째 셔터의 느낌은 지금도 짜릿하다.

IMG_2182.JPG 2014년 서울 하늘공원에서 만난 이름 모를 풀




처음으로 내 것을 가져본 것이라 무척이나 설렜지만, 동시에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들었다. 내가 이것으로 무엇을 찍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내가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어 다니는 나를 보며 수많은 군중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두려움을 떨치고 독립문 공원으로 향했다. 마침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혼자 겁을 먹은 유치하고도 어리석은 한 실존의 기우였다. 불안이었다. 금방 걱정거리가 해결되니 거칠 것이 없어졌다. 조작법도 익숙지 않은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도 독립문 공원은 훌륭한 나의 습작노트가 되어주었다.


초창기 사진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가 시간 순서이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 생활은 결국 나를 살리었다. 무작정 들이대 깜짝 놀랐을 피사체들은 위로와 깨달음을 주었다. 화가 많은 나는 기다림을 배웠다. 머뭇거리던 나는 과감함을 배웠다. 공감하지 못하던 나는 눈물을 배웠다. 뜨뜻미지근한 나는 낭만을 배웠다.


많은 배움을 통해 나는 이렇게나 성장했다. 산과 바다, 꽃과 나무, 어느 길거리, 나만의 하늘과 수많은 천제들이 나를 조금씩 키워왔다. 시선을 둘 곳도, 어디 한 군데 기댈 곳도 없었던 불안했던 청춘에게 카메라와 마주치는 모든 피사체들은 크나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스무 살 대학생활도, 전역까지도 한 나름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청춘은 그때서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